9일 오전 금강산여관에서 열린 제6차 남북 장관급회담 1차 전체회의에 앞서 김령성 북측 단장이 금강산에 대한 '시조'를 한 수 소개하겠다며 "원생 고려국하여 일견 금강산이라"고 말한 것과 관련, 이 말의 출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회담장 주변에서는 김 단장이 난데없이 고풍스러운 문장을 읊자 이를 두고 당나라 시인 이백(李白)의 시에 나오는 표현이라느니 송나라 시인 소동파(蘇東坡)의 시에 나오는 것이라느니 해석이 분분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표현은 한국 문학 고유의 형식이라고 할 수 있는 '시조'와는 거리가 멀 뿐만 아니라 출처 또한 불분명하다. 중국문학 전공자들에 따르면 우선 이백의 경우 '망여산폭포(望廬山瀑布)'라는 시에서 중국 여산의 폭포를 두고 '비류직하삼천척 의시은하락구천(飛流直下三千尺疑是銀河落九天; 날아 흘러 곧바로 삼천 척을 떨어지니 구만리 하늘에서 은하수가 쏟아졌나?)라고 극찬한 적은 있었지만 금강산에 대해 시를 지은 적은 없었다는 것. 오히려 가능성이 있는 쪽은 11세기 중국 북송(北宋) 때의 유명한 시인으로 '적벽부(赤壁賦)'라는 작품을 남긴 소동파(蘇東坡) 쪽이었다. 인터넷 검색사이트에 '금강산'이라는 말과 '고려국'이라는 말을 함께 넣고 검색해보면 가장 많이 나오는 것이 바로 '일찌기 송나라 시인 소동파는 금강산을 두고 원생고려국 일견금강산이라고 극찬해마지 않았다'는 금강산 소개 내용. 또 영남대 유홍준 교수도 '북한문화유산 답사기'라는 글에서 '인간의 노래로는 일찍이 송나라 소동파가 말한 열글자 '원생고려국(願生高麗國) 일견금강산 (一見金剛山)' 이상이 없을 것 같다. 즉 '원컨대 고려국에 태어나, 한번만이라도 금강산을 보았으면….'이라고 인용한 적도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중국 문학 전공자들은 극히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류종목 교수는 "이백이든 두보든 소동파든 시에서 그런 표현을 쓴 것 같지는 않다"며 "아마도 후세 사람들이 그 구절을 소동파의 것이라고 했는데 검증되지 않은 채로 통용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소동파는 고려에 한번도 간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고려 사신이 중국에 들어오는 것을 극력 반대했던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단국대 동양어문학부 안희진 교수도 "예전에 중국에서 소동파의 작품 3천여수를 가져왔는데 어디에도 그런 말은 없다"며 "고려를 수준낮은 나라로 보고 그리 좋아하지 않았던 소동파가 '원생고려국'이라는 표현을 썼다는 것은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김 단장이 이날 인용한 '원생고려국 일견 금강산'이라는 표현은 비록 고풍스럽긴 하지만 출처 불명인데다 한국 문학 고유의 형식인 `시조'하고는 거리가 먼 이상한 표현인 셈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충원기자 chung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