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총재직 사퇴를 선언한 8일 민주당은 뜻밖의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고 시종 침통하고 당혹한 분위기 속에서 향후 당의 장래문제를 걱정하는 등 뒤숭숭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오후 2시에 당사 4층 회의실에 긴급 당무회의가 소집되자 회의장에 들어서는 쇄신파 인사와 동교동계 인사 모두 어두운 표정으로 발언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먼저 한광옥(韓光玉) 대표가 "비통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며 다소 울먹이는 목소리로 개회를 선언한데 이어 심재권(沈載權) 총재비서실장이 대통령 사퇴선언을 낭독했다. 사퇴선언이 낭독되는 동안 설훈(薛勳) 의원을 시작으로 정균환(鄭均桓) 총재특보단장과 김옥두(金玉斗) 의원, 추미애(秋美愛) 의원 등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한 대표는 "사퇴서를 받는 대표로서 침통하고 자책감이 든다"며 "대통령의 크고 충정어린 뜻을 받들어 여당으로서 흔들림 없이 국정개혁과 남북화해협력에 협조하고 국정개혁의 기관차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취재진이 배제된 가운데 속개된 당무회의에서는 전당대회 개최 시기와 지도부 구성 문제를 놓고 위원들간에 격론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무회의에는 안동에 내려간 노무현(盧武鉉) 최고위원을 제외한 최고위원 11명전원이 당무위원 자격으로 참석했다. 이인제(李仁濟) 최고위원은 10분 늦게 회의장에 도착하는 바람에 좌석이 없어 잠시 서 있다가 이인영(李仁榮) 당무위원이 양보한 자리에 앉았다. 지난 6일 권노갑(權魯甲) 전 최고위원 퇴진 주장을 반박하는 성명서를 채택했던 비상임 부위원장 20여명도 당무회의장 주변에 나타났고 박양수(朴洋洙)의원과 김태랑(金太郞) 경남도지부장 등 동교동계 구파 인사들도 일찌감치 회의장에 들어섰다. 박 의원은 회의장에 들어서자 마자 "대통령 총재직 사퇴에 쇄신파도 책임이 있다"며 "쇄신파도 의원직 내놓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동교동계 구파인 최재승(崔在昇) 의원과 쇄신파인 신기남(辛基南) 천정배(千正培) 의원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마주치자 서로 못본 것처럼 고개를 돌려 동교동계와쇄신파간 감정의 골이 깊어졌음을 보여줬다. 이에 앞서 당무위원들은 회의 시작전 삼삼오오 모여 향후 내분 사태의 추이에 대해 함께 우려를 표명했지만 당내 현안에 대해서는 계파간 이해관계에 따라 뚜렷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이인제 최고위원측의 박범진(朴範珍) 전의원은 "이제 큰 줄기의 쇄신 가운데 하나인 쇄신은 어느정도 윤곽을 잡았으니 다른 하나인 대선후보 조기 가시화도 이뤄야 조화가 된다"며 이 위원의 입장을 대변했다. 쇄신파인 신기남의원은 "권노갑(權魯甲) 전 최고위원 문제도 순차적으로 정리되겠지"라고 기대감을 표시하면서 "오늘 저녁에도 쇄신연대 모임을 갖겠다"며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동교동계 구파인 박양수 의원은 "권 전 위원의 기자회견은 9일 예정대로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고 김태랑 경남도지부장도 "그동안 참아왔으나 할말은 하겠다"고 별렀다. 한 60대 여성 부위원장은 "내가 평생 대통령 한 분 보고 모셔왔는데 이런 꼴 보려고 정권 교체했느냐...배지들은 주렁주렁 달고 뭐하는 짓들이냐"며 울분을 터뜨리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추승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