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朴智元)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이 다시 야인(野人)으로 돌아갔다. 지난 3월 6개월간의 공백끝에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으로 공직에 컴백한지 7개월만에 여권의 쇄신갈등 파문을 수습하는 차원에서 스스로 용퇴를 결심한 것.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민주당 총재직 사퇴라는 중대결단의 의미가 퇴색되지않도록 당내 소장파들의 인적쇄신 요구의 표적이 되어온 자신의 거취문제를 말끔히 정리함으로써 그가 보좌해온 김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준 것으로 보인다. 최근 당내분 사태속에서 동교동계마저 이해관계에 따라 사분오열하는 모습을 보이자 김 대통령이 믿고 상의할 수 있는 일급참모라는 점에서 박 전수석을 놓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또 김 대통령이 총재직 사퇴라는 카드로 당과의 관계를 새롭게 정리한 이상 박수석은 향후의 국정운영을 위해서도 계속 청와대에 남겨두지 않겠느냐는 견해도 적지 않았으나 결국 본인의 '살신보은'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박 전수석은 현정부 출범이후 청와대 공보수석, 문화관광장관, 정책기획수석 등으로 김 대통령의 최측근에서 언론관계와 대야관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김 대통령을 밀착보좌해 와 '실세중의 실세'로 꼽혀왔다. 이런 연유로 인해 그는 여권내 각종 난맥상이 부각될 때마다 책임론의 화살을 맞았다. 그럼에도 그는 탁월한 정치감각과 대처로 김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얻어 비록공직에서 물러나 있을 때도 김 대통령이 지시하는 각종 정치적 과제를 수행하는 일을 해왔다. 박 수석은 특히 문화관광장관 시절엔 남북정상회담 합의를 위한 '특사역'을 맡는 등 분단 50년만에 첫 남북정상의 평양대좌를 이끌어내는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야당시절부터 줄곧 다른 사람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의 성실성을 바탕으로 발로 뛰어 각종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물론 언론계를 비롯해 각계 인사를 부지런히 접촉,정국대응 방법과 논리를 찾아내는 능력 및 역할로 정평이 났다. 이러한 점때문에 야당은 물론 여권 내부로부터도 심한 견제를 받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는 평소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이었으나, 최근 쇄신파의 집중적인 인적쇄신 요구 대상으로 거론되고, 김 대통령의 당에 대한 통제력이 약화되는 현상이 나타나자 '정치무상'의 회의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청와대 참모는 입이 없어야 한다"며 공개적인 반박은 피했지만 사석에서"나는 그동안 당과는 관계없는 일을 해왔고, 당내 경선구도와도 관계없는 일을 해왔으며, 비리의혹도 전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항변해왔다. 또 야당과 일부 언론으로부터 언론사 세무조사의 '주역'으로 공격받는 데 대해서도 "여권 내부에선 오히려 언론과 타협론자라는 비난을 받지 않았느냐"고 반박해왔다. (서울=연합뉴스) 윤동영기자 y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