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5 재보선 패배에서 드러난 민심이반과 당내갈등 파문 등의 책임을 지고 최고위원직을 일괄 사퇴하느냐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2일 열린 민주당 긴급최고위원회의에서는 참석자들간에 격론이 오갔다. 한광옥(韓光玉) 대표 주재로 오전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열린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사퇴하자' 주장과 '쇄신방안을 지켜본뒤 결정하자'는 신중론, '당의 공백상태를 초래한다'는 반론 등이 팽팽히 맞서다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는입장을 정리했다고 전용학(田溶鶴) 대변인이 전했다. 다만 참석자들은 사퇴에 따른 구체적인 절차와 방법에 대해서는 한 대표에게 일임하기로 했다. 회의에 앞서 한 대표는 `일괄사퇴' 여부에 관한 질문에 "어제 있었던 당무회의 에서 거론된 내용을 논의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면서 "그러나 아직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만 말했다. 회의에서 김기재(金杞載) 최고위원은 "최고위원들이 전원 사퇴하는 것에 반대한다"면서 쇄신 파문의 와중에서 당 지도부의 공백현상이 생길 것을 우려했다. 노무현(盧武鉉) 최고위원도 "최고위원이 된 지 얼마 안됐는데..."라는 말로 일괄사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그러나 정동영(鄭東泳) 최고위원은 "민심이반과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최고위원직을 사퇴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사퇴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정 위원이 회의 도중 밖으로 나오자 최고위원들간 극한 대립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았으나 정 위원은 "지방일정 때문"이라고 해명하면서 "사퇴 입장에는 달라진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화갑(韓和甲) 최고위원도 "내가 원내총무를 맡았을 당시 서상목(徐相穆) 의원체포동의안 부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 바 있다"면서 사퇴의 불가피성을 주장했다. 다만 김근태(金槿泰) 최고위원은 "정동영 위원이 쇄신을 실현시키기 위해 (사퇴)결단을 내린 것을 평가하지만 화두가 쇄신 문제에서 최고위원 책임문제로 옮겨진 것은 국정쇄신을 요구하는 국민의 뜻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방법론상의 문제를 제기했다. 회의장에 배석했던 이종걸(李鍾杰) 대표비서실장은 "대통령이 당무를 책임지고잘 할 수 있도록 어떻게 조건을 만드느냐의 문제를 놓고 격론을 벌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처럼 최고위원들간에 사퇴를 둘러싸고 입장이 갈리자 논란을 거듭한 끝에 결국 최고위원 각자가 사의를 표명하는 형식을 취해 일괄사의를 표명하기로 결론이 내려졌다는 후문이다. 이에 앞서 한 대표는 봉천동 자택으로 이 실장을 불러 최고위원의 거취문제에 관련한 당헌.당규를 검토하도록 하는 등 일괄사퇴에 대비했다. 간담회가 끝난 후 박상천(朴相千) 최고위원은 "한 대표가 사의표명을 만류했으나 설득력이 없었다"며 "최고위원들이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3일 청와대 최고위원회의에도 일반 당원으로서 참석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용학(田溶鶴) 대변인은 "사표제출이 아니라 사의표명"이라고 강조, 총재가 반려할 경우 사의표명을 번복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또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김대중 대통령은 일괄사의를 표명한 최고위원들의 사퇴의사를 수용하지 않고 반려할 방침"이라면서 "오늘중 한 대표의 보고를 받고 최고위원들의 사퇴의사를 철회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강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