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쇄신 요구를 둘러싼 여권내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주말부터 본격적으로 당내 의견수렴 작업에 나서기로 하는 등 수습책 마련에 착수했다. 김 대통령은 1일 이상주(李相周) 비서실장, 박지원(朴智元) 정책기획수석, 유선호(柳宣浩) 정무수석을 불러 당정쇄신과 관련한 민주당내 움직임에 대해 종합보고를 받았다. 김 대통령은 상황보고와 대책에 대한 상세한 건의를 듣고 특별한 지침을 제시하지는 않았으나 이번 당정쇄신 요구 논란과 관련한 상황인식 및 대처방안에 대해 원론적으로 언급했다고 한 고위관계자가 전했다. 특히 김 대통령은 "당이 선거(10.25 재.보선) 결과에 대해 함께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면서 "선거에는 졌지만 외환위기 극복, 남북관계 개선 등 그동안 추진한 성과에 대해선 자부심을 갖고 당당하게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통령은 또 "자학하거나 자해하는 듯한 행동은 신중치 못하다" "열심히 해서 경제를 회생시키면 기회가 올 수 있다" "선거결과를 지나치게 심각하게 받아들여좌절할 필요는 없으며 당이 단합해 앞으로 나아가자"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이번 당정쇄신론을 둘러싼 당내 갈등을 여권이 심기일전하는 계기로 삼겠으며, 당내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적절한 해법'을 제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김 대통령은 3일 청와대 최고회의를 주재하는데 이어 브루나이에서 열리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을 마치고 6일 귀국하는대로 민주당 소속 의원 전원을 2개 상위별로 7-8개 그룹으로 나눠 면담, 당내 현안에 대한 의견을 직접 수렴할 방침이다. 김 대통령은 1일 보도된 문화일보와의 특별회견에서도 당정쇄신론 및 대선후보가시화 등 당내 현안에 대해 "최고위원을 비롯한 민주당 분들의 의견을 많이 들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쇄신논란에 대한 원칙적인 입장표명과 대략적인 지침을 제시한뒤 당 차원의 건의사항, 최고회의 논의 결과, 개별의원들과의 면담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수렴, 구체적인 수습방안을 실행에 옮기는 2단계 수순을 밟을 것으로 관측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인적쇄신 등 구체적인 행동은 정기국회 이후에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꼭 그렇지는 않고 할 수 있는 것은 (정기국회전에) 하실 것"이라고 말해 김 대통령이 본격적인 수습안 검토에 착수했음을 시사했다. 일각에선 김 대통령이 빠르면 내주말께 총리와 경제팀 교체 등을 포함한 당정개편을 단행할 것으로 관측하는 시각도 있으나 민주당 소속의원 면담일정 등을 감안할때 당정개편은 빨라야 11월 중순께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이와 관련, 한 고위관계자는 "민주당내에서 당정쇄신과 여권체제 개편의 필요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은 만큼 김 대통령은 이 부분도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당정쇄신 논란은 권노갑(權魯甲) 전 최고위원과 박지원(朴智元)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의 정계은퇴, 한광옥(韓光玉) 민주당 대표의 퇴진, 김 대통령의총재직 이양 및 당적 이탈 등 여권내 질서를 뿌리째 뒤흔드는 복잡하고 미묘한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어 김 대통령의 해법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정재용기자 jj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