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10.25 재보선 패배에 따른 당정 인적쇄신을 요구하는 개혁그룹과 민주당내 핵심세력인 동교동계가 정면충돌 양상을 보이면서 당내분 사태가 심화되고 있다. 특히 연대를 모색중인 당내 개혁그룹은 금명간 당.정.청 전면쇄신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에 돌입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선 반면 동교동계는 31일 당무회의에서 개혁파에 대한 정면반격에 나설 방침이어서 양측간 권력투쟁과 힘겨루기가 본격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초선 개혁파 모임인 '새벽21'은 이날 오전 회동을 마친 뒤 "국정운영에 어려움을 초래하는 것으로 의혹을 받고 있는 권노갑(權魯甲) 전 최고위원과 박지원(朴智元)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은 정계에서 은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또 "10.25 재보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한광옥(韓光玉) 대표를 비롯해 5역 등 당 지도부도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초재선 및 중진모임인 '여의도정담'도 이날 오전 모임후 "여권실세에 대해 제기된 각종 의혹으로 인해 민심이 결정적으로 이반했다"며 "검찰 특별기구를 통해 의혹을 철저히 수사, 비리가 드러날 경우 엄중한 사법처리를 해야 하며 반대로 비리가 없을 경우 의혹을 제기했던 측이 정치.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비공식 또는 비선(秘線) 라인이 인사와 의사결정에 간여하거나 독점해선 안된다"며 당.정.청의 전면 인사쇄신과 국정운영 방식의 쇄신을 촉구했다. 바른정치모임, 열린정치포럼, 국민정치연구회 등도 이날중 자체 입장을 정리한 뒤 다시 개혁그룹 대표자회의를 열어 공동건의안을 작성, 일반의원들의 서명을 받아 3일 청와대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이들 개혁파 논의과정에서는 권노갑씨에 대한 외유 조치, 김 대통령의 총재직 이양이나 당적이탈, 1월 전당대회에서 당헌개정을 통한 대표 직선, 선출직 최고위원 전원사퇴, 원내외 위원장 연석회의 소집 등도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동교동계는 개혁파들의 요구는 국정 난맥상과 민심이반에 대한 책임을뒤집어 씌우려는 '희생양 만들기'라며 이같은 인적쇄신 요구에 정면으로 대응하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 특히 조재환(趙在煥) 의원은 "지금까지 대통령에게 누가 될까봐 참아왔으나 이제 도를 넘어섰으며, 자제해온 게 도리어 모든 책임을 우리에게 뒤집어 씌우는 행태를 조장한 것 같다"며 "이번 기회에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의원은 또 "동교동계는 군부독재에 의해 탄압받던 시절 민주화의 상징인데 그에 대한 근거없는 도전은 기반을 흔드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소수여당인 상태에서 의원숫자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훈평(李訓平) 의원은 권노갑 전고문의 외유 주장에 대해 "어떤 공직이나 당직도 갖지 않은 권 전고문에 대해 누가 무슨 자격으로 나가라고 할 수 있느냐"면서 "어떤 비리도 없는데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권 전 고문이 역할을 하지 못하게 하려는 속셈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권 전 고문은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박양수(朴洋洙) 의원이 전했으나 한 측근은 "군부독재시대도 아니고, 의혹의 근거가 있는 것도 아닌데 누가 내보낼 수 있느냐"며 "근거를 대라"고 개혁그룹에 촉구했다. 동교동계의 한 핵심인사는 개혁그룹의 일부 주도적 인사들을 겨냥, "그들의 허구성을 폭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정쇄신.정치일정 논의를 위한 특별기구 구성문제에 대해 이인제(李仁濟) 노무현(盧武鉉) 신낙균(申樂均) 최고위원은 찬성했으나 정동영(鄭東泳) 김근태(金槿泰) 정대철(鄭大哲) 최고위원은 반대하고 원내외위원장 회의 소집을 요구했으며, 한화갑(韓和甲) 최고위원은 당연구소인 국가전략연구소에 맡길 것을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윤동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