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총리잔류 선언 이후 '일하는 총리'로서묵묵히 정부업무를 총괄해오던 이한동(李漢東) 총리의 심기가 요즘 다시 불편해지고있다. 10.25 재보선 패배 이후 여권내에서 당정쇄신론이 다시 불거지고 있어 아직까지이 총리가 쇄신대상으로 직접 거명되지는 않고 있으나 점차 거세지고 있는 당정쇄신바람에 휘말릴 우려가 없지 않기 때문이다. 또 총리실 주변에서는 이 총리가 자민련으로부터 출당조치를 당하는 등 인간적 수모를 당하면서까지 총리직 잔류라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뜻을 따랐는데 당정쇄신의 대상에 포함시키겠느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 일각에서 그동안 이 총리가 '구여권 출신'이라는 점을 내세워 간간이 표적으로 삼아왔다는 점에서 불똥이 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총리실 주변에서는 "민심이반과 관련된 문제들이 대부분 당에서 비롯됐는데, 행정부 쇄신까지 주장하고 나선 것은 국정을 일신한다는 측면도 있지만 엉뚱한 곳에서 희생양을 찾으려 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는 볼멘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물론 이 총리는 민주당 내부에서 불거지고 있는 당정쇄신론에 대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총리는 30일 오전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수출중소기업 대표 26명을 초청, 국정좌담회를 갖고 영세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방안을 설명하며 수출을 독려하는등 별 동요없이 '행정총리'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 이 총리는 전날에도 수습사무관 244명을 대상으로 특강하면서 우리나라가 현재도약을 위한 중대한 시기를 맞고 있음을 강조, "우리 공직자들은 한 시대적인 역할과 사명을 다하자"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이 총리는 "현정부에 대한 냉소적 분위기가 심히 우려할 수준"이라고 진단한 뒤 "정치가 이를 풀어나갈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총리실 일각에서는 여당에서 걸핏하면 책임을 행정부로 떠넘기는데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피력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서울=연합뉴스) 김병수기자 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