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연쇄 테러로 북한이 대미 관계를 개선할 '황금 기회'를 맞고 있다는 부시 행정부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한미 양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미 관계의 개선 가능성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 남북 대화의 전망'을 주제로 24일 워싱턴에서 개최된 정책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테러 전쟁으로 북한 문제의 우선 순위가 뒤로 밀린데다 부시 행정부의 자세가 여전히 경직돼 있음을 그러한 전망의 배경으로 제시했다. 조엘 위트 브루킹스연구소 객원연구원은 "북한의 실상과 미국 대북 정책 입안자의 인식 사이에는 상당한 격차가 있어 당분간 북미 관계 개선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며 북한은 현재 부시 행정부의 주요 관심국이 아닌 데다 정통한 실무자가 대북 접촉결과를 고위층에 전달하던 클린턴 행정부 시절의 체제가 지금은 가동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잭 프리처드 한반도 평화회담 특사는 앞서 기조연설에서 북한이 테러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양국 관계를 개선할 '황금 기회'를 맞고 있다며 북한의 적극적인 조치를 주문하고 "북한은 미국이 민주당 정권에서 공화당 정권으로 바뀌었음을 직시해야 할것"이라며 북한의 인식 변화를 촉구했다. 돈 오버도퍼 존스 홉킨스대학 선임 연구원도 지난해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 미사일 협상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룩했음을 상기시키고 "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대응을 촉구할 뿐 포용의 기본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양국 관계의 경색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서대숙 경남대 교수는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생존을 위해 외부와의 관계개선은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하고 정상회담을 비롯한 남북 관계 개선도 김 위원장의 대미 관계 개선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견해를 제시했다. 셀릭 해리슨 세기재단 연구원은 남북 대화가 연방제를 다루는 수준까지 진전될 수 있느냐에 대해 회의를 표시하고 "한국 언론이 과거 냉전 시대 시각으로 북한 문제를 접근한다면 북한과의 협력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데이비드 스타인버그 조지 타운대학 아시아연구소장은 한국 언론이 미국에서 보도된 내용을 한국에 전하는 과정에서 영문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종종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도선 특파원 yd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