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차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마치고 귀국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23일 국무회의에서 APEC 정상외교 활동을 설명하면서 향후 내각이 중점 추진할 5대 국정운영 과제를 제시했다. 김 대통령은 먼저 "오늘 국무위원 여러분께 올해와 내년에 걸쳐 국내외적으로우리가 어떤 입장에 봉착하는가 하는 거시적 환경에 관해 공유하고 의논할 기획을갖고자 한다"면서 ▲테러문제 ▲세계경제 질서 ▲금년 11월에 개최되는 WTO(세계무역기구) 회의와 뉴라운드 출범 문제 등 3대 국제적 문제에 대해 설명을 했다. 이어 김 대통령은 ▲월드컵 대비 ▲상시개혁과 내수진작을 통한 경제성장 ▲원만한 남북관계 유지 ▲서민 및 중산층 대책을 통한 사회안정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의 공정한 관리 등 5대 국정과제를 제시했다. 우선 김 대통령은 "월드컵대회의 안전하고 성공적인 개최문제에 관해 정상들간에 많은 논의가 있었으며 국제적인 정보교환과 협력을 약속받았다"면서 월드컵 대회에 대비한 철저한 안전대책 수립 등을 국무위원들에게 주문했다. 둘째, 김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올해 예정대로 성장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내년이라고 꼭 좋아진다는 보장은 없다"면서 "내년 1년 동안 우리 경제를 탄탄히 만들수 있느냐가 중요한 과제"라고 경제회복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자고 호소했다. 김 대통령은 세계경제의 전반적인 침체속에서도 중국이 탄탄한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는 비결은 내수시장의 성장에 있다고 진단한뒤 "철저한 상시개혁을 통해국제경쟁력을 기르고 내수를 진작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대통령은 "앞으로의 1년은 남북관계가 화해.평화로 가느냐 아니면 경직,경색으로 가느냐를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라면서 "주무 장관을 중심으로 지혜로운정책과 의연한 자세, 인내심을 갖고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넷째, 김 대통령은 "중산층과 서민에 대한 대책으로 우리가 여러가지 조치를 취했지만 현장에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들이 많다"며 "장관들이 현장을 발로 뜀으로써 중산층과 서민들에게 안정과 희망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끝으로 김 대통령은 "내년 양대선거는 가장 공명하고 질서있게 치러야 한다"면서 "여당에게 유리하고 야당에게 불리한 정책이나 부정이 있어선 안된다"고 공정한선거관리를 위한 내각의 노력을 당부했다. 그러면서 김 대통령은 "야당도 정책을 갖고 경쟁하고 법과 질서를 지키면서 공정한 선거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면서 야당에 대해 `폭로' 등 정쟁이 아닌 정책대결을 통한 `집권경쟁'을 주문했다. 김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 참석기간 국내에서 장남 김홍일(金弘一) 의원 등과관련한 정보문건 작성.유출사건, 벤처회사 주식분쟁사건, 경기 성남 분당의 백궁.정자지구 토지용도 변경의혹 등 굵직한 사건이 터져 여야간 연일 정쟁을 일삼고 있는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통령이 이날 국무위원들에게 5대 국정운영 목표를 제시하면서 분발을 촉구한 것은 세계각국이 경기침체와 미국의 테러사태라는 국제환경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총력을 경주하고 있는 마당에 우리 정치권은 정쟁만 일삼고 있는데 대한 일종의 `우회적 경고'의 의미도 내포돼 있다는 해석이다. (서울=연합뉴스) 정재용기자 jj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