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16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참석을 앞두고 한국을 포함한 일본, 중국 등 동북아 3국에 대한 `부시외교'의 기조를 제시했다. 부시 대통령은 20-21일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앞서 이날 백악관에서 연합뉴스와 특별회견을 갖고 한미관계를 비롯, 남북관계와북미관계, 미일, 미중관계, 그리고 APEC에 관해 취임후 처음으로 부시 행정부의 종합적인 외교정책의 골간을 총체적으로 밝힌 것이다. 부시 대통령의 이같은 동북아 3국에 대한 외교기조 제시는 그의 이번 APEC 참석이 취임후 첫 아시아 방문인데다 지난 `9.11 테러참사'후 첫 해외 방문이라는 점에서 무게와 그 의미를 더해주고 있다. 부시 대통령의 그같은 외교기조는 그가 APEC 회의기간 중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비롯, 장쩌민(江澤民) 중국국가 주석,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총리와 각각 별도 단독정상회담을 예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동북아 3국을 비롯한내외의 관심을 끌고 있다. 부시 대통령의 회견은 크게 ▲한미상호방위조약 재확인과 북한에 대한 경고 ▲남북, 북미관계를 포함한 미국의 대북 메시지 ▲한반도 통일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입장과 소신 ▲테러전에 대한 군사외교기조 ▲미일관계 ▲미중관계 ▲APEC 외교 ▲지도자론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무엇보다 먼저 부시 대통령이 미국의 테러전을 악용한 북한의 군사책동 가능성에 대해 강력한 쐐기를 박았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부시 대통령은 "북한은 우리가 아프간에 몰두해 있기 때문에 한국정부와의 방위협정에 따른 우리의 몫을 이행할 준비나 태세가 돼있지 않을 것으로 오판해서는 안될 것"이라며 "그들은 이것(아프간 對테러전)을 우리의 가까운 친구이자 우방인 한국을 위협할 기회로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로써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른 대한방위공약을 과거 역대 어느 행정부 못지 않게 강한 어조로 재확인한 셈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어 남북,북미관계를 전반적으로 조망, 김 대통령의 햇볕정책과한반도 긴장완화 노력을 지지한다고 명백히 밝히면서 북한측에 대해서는 신뢰조성,재래식 군사력문제, 대북지원문제,북미대화 등에 대한 메시지를 이번 회견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달했다. 부시 대통령의 대북 메시지의 골간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먼저 세계의 신뢰를얻기위한 조치를 취해야 하며 이를 위해 약속한 것은 지키고 대화에 호응하라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세계의 신뢰를 얻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남북한군사분계선에 집중 배치된 재래식 군사력을 후방으로 돌리고 대량살상무기 확산도 중단, 전쟁이아니라 평화를 원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세계에 보이라고 촉구했다. 부시 대통령의 김정일관은 여전히 그를 "신뢰할 수 없는 북한지도자"로 인식하고 있음을 회견 내용 도처에서 엿볼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은 "그에 대한 메시지가 있다"고 전제, "협상을 했으면 자기 몫을해야 하며 만나겠다고 말했으면 만나라는 것"이라며 "미국의 어느 누구도 그가 이렇게 하지 못하도록 막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서울에서 2차 남북정상회담을 약속했으면 이를 이행해야 한다는 것. 부시 대통령이 "우리는 김 위원장과 협상하자고 제의했으나 그는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며 "우리(미국)와의 협상뿐 아니라 귀국(한국) 정부와의 약속도 이행하기를거부하는 이사람은 도대체 알 수가 없는 인물"이라고 언급한 부분은 부시 대통령의김정일관을 일목요연하게 대변한 대목이라 할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은 그러나 굶주리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 대한 식량지원은 계속할 것임을 분명히 함으로써 북한정권과 북한주민을 분리대응할 방침임을 거듭 밝혔다. 한반도 통일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견해는 대화와 교류, 그리고 통일을 향한 양측 지도자의 진지한 자세, 협상을 통한 통일 일정표 마련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기꺼이" 한국을 돕겠다는 말로 압축할 수 있다. 다만 부시 대통령은 미국의 역할과 관련, "통일의 전망에 대한 나의 생각을 말하기는 어렵다"며 "차라리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말하고 싶다"는 전제를 달았다. 이밖에 출범초부터 대아시아지역 외교와 관련, 일본중시정책을 일관되게 유지해온 부시 대통령은 대일 외교기조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임을 내보였다. 특기할만한 사항은 상하이 미일정상회담에서는 국방과 경제문제, 테러전 지원문제등이 논의되며 테러전 지원과 관련, 일본의 전투병력이 아닌 방위병력 지원문제가집중 거론될 것이라는 정도. 미중관계는 출범초 중국을 "주적"으로 간주해 세계전략을 수정하려 했던 강경기조에서 한걸음 물러선 듯한 자세를 보였다는 점이 주목할만 하다. 부시 대통령이 장 주석과의 정상회담에 언급, "양국지도자? 개인적으로 아는것이 중요하다"며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에 대한 지지의사를 강력히 내비친대목이 바로 그것이다. 미중관계가 지난 4월 발생한 전투기 공중충돌사건이후 최악의 국면에 직면했다가 이번 테러전과 APEC 정상회담을 계기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는 듯한 인상이다. 마지막으로 부시 대통령은 이번 테러전과 관련, 지도자는 옳다고 생각되는 일을인기나 여론에 상관없이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며 "이번 전쟁은 2년이상 걸릴지도모른다"고 장기전 의지를 거듭 내비쳤다. (워싱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