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7시간30분 서울체류중 어느 때보다도 철통같은 경찰의 경비와 보안속에서 우려했던 경호 불상사는 없었다. 고이즈미 일행과 몸싸움도 불사할 태세였던 반일단체들도 고이즈미 총리의 동선(動線)에 대한 '정보 부재'로 시위 효과의 극대화에 애로를 겪었다. 경찰은 고이즈미 총리가 이날 방문한 서대문 독립공원(옛 서대문형무소터) 주변에 이른 아침부터 11개중대 1천200여명을 배치, 주요 길목을 완전히 장악해 시위대의 접근을 원천봉쇄했다. 경찰은 공원 주변을 3∼5m 간격으로 촘촘히 에워쌌고, 총리 일행의 이동 경로로 예상됐던 독립문∼독립공원 입구의 500여m에 달하는 왕복 4차선도로를 2중.3중으로물샐틈없이 막았다. 철저한 보안.경비로 집회를 연 10여개 단체 소속 300여명은 고이즈미 총리차량를 향해 계란투척까지 계획했으나 '경찰의 장막'에 막혀 총리의 도착, 출발조차 눈치채지 못했다. 고이즈미 총리가 오전 9시45분께 독립공원을 떠난 후에도 시위대에서 "고이즈미가 온 게 맞느냐" "지금 공원을 둘러보고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고이즈미 총리 일행은 시위대를 완전히 따돌렸다. 일부 반일단체는 전날부터 '고이즈미 추적 릴레이 시위'를 위해 고이즈미 총리의 방한 일정을 파악하고자 노력했으나 정보 파악에 실패했고, 당국도 돌발 사태에 대비, 고이즈미 총리의 일부 일정의 시간.장소를 바꾸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이 때문에 독립공원 집회에 참석한 일부 시위대는 고이즈미 총리의 국회 방문일정이 아침 일찍이 취소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알지 못하고 여의도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찰 경비관계자는 "지난 5월10일 방한한 리처드 아미티지 미국무부 부장관 일행의 동선이 시위대에 파악돼 이들 일행 차량에 계란이 투척돼 구멍이 뚫린 경험이 있어 철저히 대책을 세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k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