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이 이산가족 방문단 및 태권도 시범단 교환을 돌연 연기한데 이어 각급 남북 당국간 회담을 금강산에서 개최하자고 주장함에 따라 남북관계가 또다시 소강국면에 들어갈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남북 정상회담으로 남북관계 정상화의 물꼬가 터진 이후 남북관계가 주춤거린 것은 이번을 포함해 모두 세번째. 첫번째 소강국면은 작년 10월로 당시 제2차 이산가족 방문단 후보자 명단 교환과 제2차 남북경협 실무접촉이 연기됐을때 였다. 당시 북측은 연기 이유로 '내부사정'을 거론했다. 당시에는 노동당 창건 55주년 행사에 이어 북.미관계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조명록 북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의 방미와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미국무장관의 방북 등이 이뤄졌다. 이에 따라 내부적으로 미국과의 관계개선에 주력함에 따라 남북관계가 다소 뒤처진 것으로 분석됐다. 두번째 소강국면은 올해 3월부터 올해 9월15일 제5차 장관급회담이 열리기까지 6개월간이다. 북측은 3월13일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던 장관급회담을 갑자기 연기하면서 '여러가지 사정'을 언급했을 뿐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당시 미국 조지 W. 부시 공화당 행정부가 강경한 대북정책을 밝히고 있었다는 점에서 미국에 대한 불만의 연장선에서 남북관계 소강국면이 이해됐고 결국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각종 언급 등을 통해 이같은 입장이 확인됐다. 이번에는 북측이 '남조선의 정세'를 이유로 남북관계를 흔들고 있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습에 따라 이뤄진 남측의 비상경계조치에 대해 반발하면서 이산 방문단 교환을 유보시키고 각종 회담 개최에 장소문제를 걸어 장애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대북정책으로 인한 3월의 소강국면과 북측이 이번에 취한 조치는 모두 북측의 군부강경세력에 의해 주도됐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북한 군부의 입장에서는 작년 이후 이뤄진 남북간 화해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얻은 것이 없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북측은 금강산 관광 활성화 회담에서 관광대가 지불에 있어 남측 당국의 보증을 받아내려 했지만 이 역시 여의치 않자 방문단 교환을 유보시키고 당국간 대화의 문은 열어 남측의 답을 받아내려는 이중적 접근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하지만 정부가 북측이 문을 열어 놓은 회담에 응하기도 쉽지 않다. 우선 북측이 남한 여론의 가장 민감한 부분인 이산가족 문제를 일방적으로 연기시켰을 뿐 아니라 회담 개최 장소에 대해서도 전례를 깨는 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북측이 남측의 항의에 긍정적인 답을 해주길 기대한다"며"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회담을 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회담을 하더라도 결과를 만들어내기 어려운 것 아니냐"고 말해 남북관계가 다시 중대 국면에 처했음을 시사했다. (서울=연합뉴스) 장용훈기자 jyh@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