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안택수(安澤秀) 김용갑(金容甲) 의원의 국회 대정부질문 연설과 원고 파문을 계기로 당내 `보-혁 갈등'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면서 이회창(李會昌) 총재가 이를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을 끌고 있다. 김홍신(金洪信) 김원웅(金元雄) 의원 등 개혁성향 의원들이 12일 이 총재를 만나 김.안 의원의 원고와 발언이 적절치 못하다며 당지도부의 명확한 입장표명을 요구한데 대해 김용갑 의원은 "우리 당은 어디까지나 보수정당이며 보수세력이 중심"이라며 "일부 의원들이 시류에 편승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물론 양측 모두 일단은 사태를 관망하며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어서 본격적인 갈등국면으로 발전할 것으로 속단할 수는 없지만 국회파행이 장기화되는 등 사태 변화에 따라서는 첨예한 갈등으로 비화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형국이다. 한 핵심 당직자는 "두 의원의 발언과 원고 내용이 표현상 약간 지난친 점은 있지만 민심을 대변한 것으로, 이를 색깔론 시비로 볼 필요는 없다"면서 "특히 이를보혁갈등으로 보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총재의 한 측근도 "우리 당은 원래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의원들이 모여 있는정당으로, 다양한 의견들이 표출되고 있을 뿐"이라고 보혁갈등설을 부인했다. 그러나 보혁문제는 이총재의 향후 대선전략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고, 북한의일방적인 이산가족 방문연기로 대북정책과 관련한 논쟁도 계속될 전망이어서 이총재로서는 어떤 형식으로든 이 문제에 대한 정리가 필요한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 한 핵심 측근은 "보혁갈등 문제야 한국 사회 전체가 홍역을 앓고 있는 문제로이총재로서도 뾰족한 해결책을 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면서 "우리 사회를 극도의이념적 갈등상태로 몰아넣은 정부여당의 실책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두 의원의 발언에 대해 당내에서는 표현이 좀 과했는지는 몰라도 지적할 사항을 지적했다는 얘기가 다수"라면서 "다만 내 주장이 옳더라도 내년 대선도있고, 총재와 당의 고민스런 입장도 생각할줄 아는 자세가 아쉽다"고 말했다. 이총재는 이에 따라 당의 보수기조를 분명히 하면서도 `극우'로 흐르지 않도록경계하는 한편 개혁성향 의원들과 보수파 의원들간의 의견대립이 보혁갈등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소속 의원들을 두루 만나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는 노력을 계속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안수훈 기자 a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