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2일 이산가족 교환방문을 일방적으로 연기함에 따라 이달중 예정된 육로관광회담, 경협추진위 등 각 분야의 남북회담 개최가 불투명해 졌다. 김대중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통일외교안보장관 오찬 간담회에서 "북한측에 우리의 입장을 분명히 표명하고,필요한 조치들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정부 고위당국자도 "중요 합의사항이 이행되지 않으면 이후 열릴 장관급회담 등이 소기의 목적을 거둘지 걱정되며,쌀지원도 국민여론에 따라 조치를 취하겠다"며 이례적으로 강경한 입장을 피력했다. 북의 연기 배경=북한은 조평통 대변인 담화에서 "남에서는 철통같은 안보태세를 역설하고 있는가 하면 군부세력들은 우리(북) 군대의 동향을 놓고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미국 반테러전쟁과 관련,남한내 안보태세 강화를 이산상봉 연기의 이유로 내세운 것이다. 그러나 비상태세가 내려진 이후에도 남북은 이산가족 방문단 명단을 교환하는 등 양측간 현안을 계속 협의해 왔다는 사실을 감안할때 남한내 안보태세 강화에 대한 북한 군부의 반발이 작용한 결과라는게 북한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북측 담화도 "비상경계조치가 시급히 해제돼 이산 방문단과 태권도 시범단 교환사업이 조속히 이뤄지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혀,이같은 분석을 뒷받침 했다. 남북대화의 주도권을 쥐기위한 북측의 "숨고르기" 전략이란 시각도 있다. 특히 북한은 금강산을 모든 회담의 개최장소로 요구,금강산 관광대가 9억4천2백만달러 지급에 대한 남측 당국의 보장을 받아내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얘기다. 이산상봉에 대한 북측의 준비가 미비하거나,대북 식량지원 규모(40만t)에 대한 북측의 불만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당국회담 전망=정부 고위당국자는 "이산방문이 연기되면 다른 회담이 소기의 성과를 거둘기 어려울 것"이라 강조했다. 더 이상 북한 일방적 주장에 끌려 다니지 않을 것이란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당국자 회담의 개최장소를 모두 금강산으로 하자는 북측의 요구를 일단 거부키로 한 것도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정부는 나아가 대북식량 지원과 당국자회담을 연계하며 북한을 압박한다는 전략도 세워놓고 있다. 김형기 통일부 차관은 "대북식량 지원은 국민의 의사를 존중해서 조치할 것"이라 밝히고 "(북측의 연기통보가) 식량지원을 검토해 나가는데 좋은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북측이 회담과 대북식량지원을 연계하는데 반발하고 개최장소로 금강산을 고집할 경우 향후 모든 남북 일정은 불투명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치권 반응=여야 3당은 "이해할 수 없는 태도"(민주당) "엉뚱한 트집잡기"(한나라당) "흑심을 드러낸 것"(자민련)이라며 일제히 비난했다. 특히 한나라당과 자민련은 대북정책을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할 것을 정부당국에 촉구했다. 민주당 전용학 대변인은 "우리군이 미국 테러사태 이후 예상할 수 없는 돌발상황에 대해 출동태세를 점검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 강조하고 "북한 당국이 이를 빌미로 남북장관급회담 합의사항을 보류하겠다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논평했다. 한나라당 장광근 수석부대변인은 "남북간 신뢰를 훼손하는 몰상식한 행위이자,명백한 내정간섭"이라 질타하고 "북한이 남북경제협력추진위 2차회의와 금강산 관광 관련 당국회담 등은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것은 장사되는 것은 하고 그렇지 못한 것은 어떻게든 깨버리겠다는 속셈을 드러낸 것"이라 주장했다. 정태웅.김동욱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