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안택수(安澤秀) 의원의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하야 발언'으로 국회 파행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여야는 12일 사과발언의 수위를 놓고 입장이 엇갈려 파행 사태가 사흘째 이어졌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전날 안 의원 발언 사과, 문제발언의 속기록 삭제, 재발방지 약속에 합의하고도 이를 파기했다며 합의사항이 지켜지지 않는 한 국회 대정부질문에 응할 수 없다는 강경입장을 고수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국회 파행에 대한 유감표명과 속기록 수정만으로도 충분한데도 여당이 이를 거부한 것은 향후 대정부질문 과정에서 여권 관련 각종 의혹이 제기되는 것을 사전에 막겠다는 의도라고 맞섰다. ◇ 민주당 = 민주당은 당 4역회의와 의원총회를 잇따라 열어 안 의원 발언에 대해 한나라당 이재오(李在五) 총무가 원내대표 자격으로 명시적으로 사과하고 재발방지 및 문제발언의 속기록 삭제 등에 응하지 않는 한 국회 대정부 질문 속개에 협조하지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했다. 특히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전날 이만섭(李萬燮) 국회의장 주재로 양당 수석부총무간에 이들 3개항을 이행한다는 합의를 해놓고도 이를 번복한 것은 의도적으로 국가원수를 모독하는 처사라며 강경대응 방침을 누그러뜨리지 않았다. 한광옥(韓光玉)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4역회의에서 "김 대통령이 평화통일 의지를 강조한 것을 야당이 거두절미해 왜곡한 것은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과 음해"라며 "통일문제를 놓고 색깔론 공세를 펴는 야당은 명확한 통일관을 밝혀야한다"고 촉구했다. 전용학(田溶鶴)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안 의원 발언에 대해 사과하겠다고 약속해놓고 의도적으로 사과를 기피하고 있다"면서 "3개 요구사항이 수용되지 않는 한 오늘 국회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상수(李相洙) 원내총무는 "이재오 총무가 원내대표 자격으로 안 의원 발언 및 국회 파행사태에 대해 명시적으로 사과하기로 했다가 돌연 입장을 바꿨다"면서 "야당이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야당 총무를 만나 협상할 생각도 없다"고 강경자세를고수했다. 이어 열린 의원총회에서 송영길(宋永吉) 의원은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에게 미국 테러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을 안고 싸울 것인지 인도할 것인지를 물은 것처럼 이회창(李會昌) 총재도 김용갑(金容甲) 안택수(安澤秀) 의원에 대한 태도를 분명히 밝히라"고 촉구했다. 김경재(金景梓) 의원도 "이번 기회를 통해 매카시즘적인 언어폭력과 잔재를 청산해야 한다"면서 "지금 여기서 물러서면 죽도 밥도 안된다"면서 강경대응을 촉구했다. ◇ 한나라당 = 안택수 의원의 발언파문과 관련한 민주당측의 요구조건은 "대정부 질문에서 권력형 비리에 대한 야당의 실명거론을 피하기위해 의도적으로 국회를 파행시키려는 전략"으로 보고 양보불가 입장을 정했다. 국회에서 열린 주요 당직자회의에서는 "민주당측이 안 의원 발언을 계속 문제삼는 것은 대정부질문에서 각종 의혹에 대해 실명을 거론할 경우 파장이 예상되고, '이용호 게이트'가 계속 이슈화될 경우 재보선에 영향을 미칠수 있다고 판단해 국회를 파행시키려는 의도로 보고 강경대응키로 했다"고 장광근(張光根) 수석부대변인이 전했다. 장 부대변인은 "민주당이 청와대 심기에 전전긍긍하고, 성공회 출신 의원은 전제봉건시대에도 볼 수 없는 행태를 보이는데 개탄을 금치못한다"고 꼬집었다. 김기배(金杞培) 사무총장은 "국회가 공전되는 이유는 대통령이 말을 잘못했기 때문인데 이에 대해 사과할 생각은 않고, 우리당 총재 죽이기에 나서는데 경악을 금치못한다"고 말했다. 이재오 총무도 "어제 야당이 많이 양보한 절충안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여당은 원내총무로서 사과하고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대정부질문에서실명을 거론할 경우 엄청난 파장이 있을테니 꾀를 내 국회를 안하겠다는 의도"라면서 "더이상의 양보를 요구하는 것은 굴종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 총무는 이날 민주당 이상수 총무와의 전화접촉에서도 이같은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은 이에 따라 이날 오전10시부터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 여당 의원들의 입장을 기다리는 한편 이만섭 국회의장에게 본회의 사회를 요구하기로 했다. 장 부대변인은 "이 의장이 총무회담에서 사회를 보기로 약속한 만큼 사회권을 방기하거나 포기할 경우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수훈 이강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