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풍파속에 남편에 대한 기억도 가물가물하지만 살아서 만날수 있다는 소식에 가슴이 뛰어 점심도 걸렀습니다" 북에 있는 남편 김강현(76)씨가 4차 이산가족 방남단 명단에 포함되어 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서울의 아내 안정순(73)씨는 51년만의 상봉에 대한 설렘으로 떨리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당시 25세던 남편 김씨는 50년 한국전쟁 발발 직후 서울 종로구 신혼집에서 아침밥을 먹고 나간 후 소식이 끊겨 가족들은 그동안 김씨의 생사조차 알지 못했다. 안씨는 남편의 생사를 알길이 없자 몇년 후 당시 3살난 큰아들 재성(54)씨와 갓 태어난 재혁(51)씨를 이끌고 15일을 걸어 전북 고창군 고수면 상평리 시댁으로 내려갔다. 농사를 지으면서 갖은 고생을 다하면서도 안씨는 자식들만 바라보며 인고의 세월을 견뎌냈다. 10여년전부터 남편의 제사를 지내왔다는 안씨는 다행히 지난 3차 이산가족 상봉후 있었던 남북이산가족 서신교환 때 남편으로부터 북에 4명의 딸을 두고 잘 있다는 안부와 함께 사진 한장을 받았다. 당시 남편이 신문기자였다는 어렴풋한 기억만을 간직하고 있는 안씨는 "만날 수 있다는 갑작스런 소식에 가슴이 떨러 점심도 걸렀다"며 설레는 마음을 털어놨다. 안씨는 또 "서신교환 때 받은 사진속에 청년시절의 모습은 간데없고 머리가 희끗희끗한 채로 낯설게 있는 남편을 보며 가슴이 아팠다"면서 남편을 인정많고 자상한 사람으로 기억했다. 2년전부터 고혈압에 시달리며 통원치료를 받고 있는 안씨는 "이제 만나서 무슨 말을 나눌 수 있을까요"라고 되물으며 설레는 가슴을 추스렸다. (서울=연합뉴스) 이귀원기자 lkw77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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