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방한 일정이 확정됨에 따라 역사교과서 왜곡과 야스쿠니 신사참배 문제로 악화된 양국 관계에 돌파구가 열릴지 주목된다. 일본은 지난 4월 고이즈미 총리체제가 출범한 이후 외교경로를 통해 여러차례 방한을 타진해 왔으나 우리정부는 교과서 왜곡 등에 대한 일본측의 성의있는 자세를 촉구하며 반대해 왔다. 그러나 고이즈미 총리가 방한시 이에 대해 '진전된 입장'을 표명키로 약속한 데다 내년 월드컵 공동개최 문제 등 양국간 산적한 현안을 시급히 협의할 필요가 있어 고심끝에 방한을 승인했다는게 외교부 당국자의 설명이다. ◇ 뭘 논의하나 =일본 역사교과서와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 문제가 우선적으로 도마위에 오를 것이 분명하다. 정부 당국자는 "실무선에서는 이미 합의안까지 조율이 끝난 것으로 안다"면서 "과거식민지 지배에 대한 고이즈미 총리의 '반성과 사죄'의 뜻도 담긴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또 테러 근절을 위한 국제사회의 공동노력에 동참하는 방안과 대북 포용정책 추진을 위한 양국의 공조방안도 심도있게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밖에 김대중 대통령과 고이즈미 총리는 양국 정상회담 및 각료회담 정례화를 통한 경제.통상분야 협력강화 등도 협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 비판적인 국내 반응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4일 국회에서 최성홍 외교통상부 차관으로부터 현안 브리핑을 받고 "강력한 대응방침을 밝혔던 정부가 일본 총리의 방한을 허용키로 하는 큰 변화를 보인데 대해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을 것"이라며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이만섭 국회의장도 "역사교과서 왜곡이나 신사참배 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일본총리가 방한한다면 한국민의 감정만 자극할 우려가 있는 만큼 차라리 오지 않는 것만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도 "그간 우리가 일본측에 요구한 성의있는 조치를 완전히 충족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면서 "이번 고이즈미 총리의 방한은 한.일간 역사인식 문제의 해결과정의 시작으로서 그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