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로 막을 내린 국정감사에서 정부부처 및 단체장들은 '게이트정국'에 '여소야대'란 상황까지 겹쳐 안정남 건설교통부 장관이 낙마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한 국감을 치러야 했다. 이런 와중에서도 일부 장관 및 단체장들은 나름대로 특유한 답변태도로 위기를 넘겨 눈길을 끌었다. 국감을 통해 드러난 유형별 답변스타일은 다음과 같다. ◇강공형=장관이 직업인 진념 경제부총리가 대표격이다. 평소 소신발언으로 야당의원들과 마찰이 잦았던 진 부총리는 이번 국감에서도 특유의 '저돌성'을 발휘했다. 지난달 10일 재경부 국감에서 한나라당 안택수 의원과 맞고함을 주고 받은 것이 그 예다. 안 의원이 한국경제신문을 꺼내들고 "정부가 6조원의 공적자금을 국회에 동의 신청한다고 보도했는데 왜 부인하느냐"며 몰아붙이자 "결정된 것은 아니다"며 버럭 고함을 지른 것.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도 '맷집'에 관한한 진 부총리 못지 않았다. '영장없는 계좌추적'에 대한 한나라당 의원들의 집요한 공세에 "수사기관이 일일이 영장을 받아 계좌추적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현행체제가 국민의 기본권 확보에 도움이 된다"며 입장을 끝까지 굽히지 않는 뒷심(?)을 보였다. ◇정면돌파형=김원길 보건복지부 장관,김영환 과학기술부 장관,유삼남 해양수산부 장관 등 정치인 출신 장관들이 주류를 이뤘다. 특히 김 복지부 장관은 의원들의 파상공세에 적극적으로 맞서는 스타일. 건강보험 재정파탄등에 대한 의원들의 추궁이 잇따르자 "이 문제는 잘못됐습니다"고 화끈하게 사과해 야당 의원들의 호감을 샀다. ◇설득형=교수,상공·재경장관,주미대사 등을 지낸 한승수 외교통상부 장관은 화려한 경력에 걸맞게 해박한 지식으로 의원들의 예봉을 피해 나갔다. 특히 낮게 깔리는 목소리로 의원들의 '전투의지'를 꺾어놓는 장기도 십분 발휘했다. 국민경제자문회의 사무처장 자격으로 재경위 국감에 출석한 이기호 청와대 경제수석은 현 경제에 대한 솔직한 입장을 피력,야당의원들로부터 격려를 받았다. 김동태 농림부 장관 역시 농정 전문관료 출신답게 해박한 지식으로 의원들을 설득,잡음없이 국감을 끝냈다. ◇백전노장형=홍순영 통일부 장관이 대표격이다. '5차 장관급회담이 과대포장된 인상이 있다'는 야당 의원들의 공세에 "긴장된 세계정세에서 남북이 평화공존을 협의했다는 그 자체만으로 의의를 부여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오히려 반문,공세를 차단하는 '노련미'를 보였다. 김병일·정태웅·윤기동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