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수색 정찰중이던 북한군 병사 수십명이 지난 19일과 20일 두차례에 걸쳐 군사분계선(MDL)을 30-40m가량 넘어 한때 남북한 군간 극도의 긴장상황이 조성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번 MDL 월경 및 경고사격은 지난 98년 3월 이후 처음으로 발생했고, 북측이 인근 초소에 설치된 확성기 방송을 통해 강력히 반발하는 등 지난 99년 서해교전 이후 잠시나마 양측 군간 최대의 긴장 국면이 연출됐다. 북한은 20일 남측의 경고사격후 확성기 방송을 통해 "DMZ내의 정상적인 군사행동에 대해 무모한 도발을 가한다면 값비싼 대가를 치를 것", "군사분계선상에서 긴장상태를 조성하려는 계획적인 도발에 천벌적 타격으로 보답할 것"이라며 강력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2분간 진행된 비방은 비록 군이 운영하는 확성기이지만 지난해 남북 정상회담 이후 양측 군당국끼리 비방방송을 중지키로 한데 이어 터진 것이서 이례적인행동으로 받아들여졌다. 북한군의 MDL 월경은 모처럼 열린 남북 장관급회담(15일-18일)에 뒤이어 발생했고, 특히 회담에서 합의된 '금강산 육로관광'이 예상되는 지역에서 발생돼 군당국이향후 남북관계에 미칠 여파 등을 두고 크게 고심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북측은 이 사건을 중앙.평양방송 등 정규방송으로 보도하지 않는 등 남북관계를 고려한 흔적이 엿보였고, 국방부도 우발적인 사건으로 간주해 언론에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국방부 황의돈(육군준장) 대변인은 "군은 이번 사건을 은폐할 의도가 전혀 없었다"며 "군사분계선 인근에서 하루에도 양측이 수백명씩 작전활동을 벌이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단순 월경사고로 판단해 공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햇볕정책이 실시된 이후 DMZ내에서 경고사격이 벌어진 사건을 공개하지않는 군 당국의 처사는 자칫 잘못된 대북관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각의 비판을 면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 95년 이후 우리 군은 DMZ지역에서 경고사격 6회, 경고방송 12회를 실시했으며, 97년 7월엔 상호교전, 그해 9월 북한군 1명 사살 그리고 98년 6월엔 북한군이남측 초소에 오발사격을 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부 관계자는 "서부전선에서 동부전선 DMZ에는 목재로된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200m-300m 간격으로 1천292개가 설치돼 있다"면서 "철책선이 없는 이상 초목이무성한 계절엔 단순 월경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sknk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