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미국 대통령의 첫 아시아 순방일정이 대폭 단축되고 한국과 일본이 방문 대상국에서 빠진 것은 급속도로 고조되고 있는 전쟁기운 때문이다. 미국이 특수부대와 폭격기 전투기 항공모함 등 걸프전 이래 최대의 화력을 전진 배치하고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포위 형국을 취한 상황에서 최고 사령관인 대통령이 워싱턴을 오래 비울 수 없다는 것은 전쟁의 기본 상식이다. 워싱턴의 정치.군사 분석가들은 25일 부시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일정 변경 발표는 이보다 몇 시간 앞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과 무관치 않다고 지적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전쟁이 개시되면 의료 지원과 난민 원조 및 보급품 수송 지원을 제공할 용의가 있다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지지발언을 이끌어냈으므로 굳이 도쿄에서 또 만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서울방문을 생략하고 대신 10월20-21일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열리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서 김대중 대통령과 회동한다면 워싱턴을 비우는 시간이 당초 예정했던 열흘에서 사흘 정도로 줄어든다는 계산이다. 외교 분석가들은 한-미간에 특별한 현안이 없으므로 서울이 아니라 상하이에서 한-미 지도자들의 회동이 이뤄져도 상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3월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북정책 공조를 둘러싸고 양국의 불협화음이 불거졌으나 지난 6월6일 부시 대통령의 대북협상 재개방침 발표로 불협화음도 가라앉은 상태다. 때문에 부시대통령이 방한하더라도 한반도문제와 관련,특별히 새로운 내용이 나올 것 같지는 않았다. 상하이에서 개최될 한-미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은 양국의 전통적인 한-미 동맹관계를 다시 한 번 강조하는 한편 대(對)아프간전쟁에 대한 한국의 적극적인 지지와 참여를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고광철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