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차 남북장관급회담(9,15∼18)을 전후해 북한의 대남비난이 '뚝' 그친 반면에 대일비난의 수위는 한층 높아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북한방송 보도를 종합한데 따르면 9월들어 25일 현재까지 남한관련 보도횟수는 매일 평균 5∼6회를 기록하고 있으나 이 가운데 노골적인 대남 비난성 보도물은 거의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이와 반면에 대일비난은 매일 2∼3회씩, 한달여동안 총 50∼60회의 비난 건수를 기록하며 대일비난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북한의 이같은 대일비난 공세는 미국의 테러사건 이후에도 강도높게 전개되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우선 남북장관급회담의 결과로 남북대화 채널이 본격 가동되면서 북한방송들의 보도물에서는 적대적인 대남비난 어귀를 단 한줄 조차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확연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장관급회담에서 북측 김령성 단장이 과거와 달리 전례없이 진지한 회담 자세를 보였던 것처럼 북한방송들도 남한 당국이나 정책 등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이 자취를 감추고 있어 비난 표적 대상에서 벗어난 듯한 인상마저 주고 있다. 북한방송들의 대남관련 보도를 보면 남한의 언론 보도를 인용, 주로 실업자 문제, 산불발생, 자살사건 등 부정적인 사회현상들에 국한되고 있는 정도이며 과거에보이던 직접적이고 노골적인 적대감을 표시하는 대남 비난은 자제하는 인상이 역력했다. 이와 함께 6.15공동선언의 이행과 함께 민족공조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남북이 힙을 합쳐 '민족대단결'에 의한 자주적인 통일실현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하는 통일 관련 내용들이 한층 늘어난 추세를 보였다. 단골메뉴인 주한미군 철수 문제는 예전과 다름없이 자주 언급하고 있는 편이나이 역시 남한을 과거처럼 '미제의 식민지', '외세의 추종자'와 같은 노골적인 비난은 하지 않는 대신에 주한미군이 '통일의 장애물'이라며 남한 내의 반미투쟁을 선동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대남관련 보도 내용은 지난해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취하고 있는 대남비난 자제 기조가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단지 올들어 지난 3월 제5차 남북 장관급회담이 연기됨으로써 남북관계가 정체상태에 빠진 이후에 4월의 한.미연합전시증원(RSOI)연습과 8월의 을지포커스렌즈(UFL) 한.미 합동군사연습 등과 관련해서는 대남 비난의 수위가 잠시 높아진 것 외에는5월부터 8월까지 전체적으로 비교적 잠잠한 분위기를 계속 유지해 왔다. 특히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이 지난 13일 제5차 남북 장관급 회담을 앞두고 `좋은 합의'를 기대한다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한데 이어 회담이 성과리에마치게 되면서 북한의 대남시각이나 태도는 6,15 남북공동정신에 입각한 남북 간의화해와 협력 국면을 가시적으로 반영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총련) 기관지 조선신보가 24일 남북한이 제6차 남북장관급 회담을 개최키로 합의한 것은 "민족문제 해결의 시간표를 주동적으로 작성하고집행할 뜻을 명백히 한 것"이라며 10월 이후 남북관계가 새로운 양상을 띠며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한편 북한의 대일 비난은 9월들어 동시다발적인 비난 공세를 퍼붓는 가운데 그강도나 수위가 한층 강화된 양상을 보였다. 북한이 전개하는 대일 비난은 기본적으로 일본의 대북 적대시 정책과 군사대국화에 대한 강한 우려감을 표시하는데 무게를 두고 있는데 구체적으로는 △과거 일제의 죄행에 대해 사죄ㆍ보상 △ 왜곡된 역사교과서 검정통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로켓 H2A 발사 △대(對)게릴라전문부대 창설문제 등이 거론되고 있다. 대일비난의 주체로는 내각 외무성을 비롯해 조선사회민주당, 조선직업총동맹,조선민주여성동맹 등 당.정기관 및 근로단체들이 나섬으로써 비난 강도나 비중을 높이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북한방송들은 이들 기관, 단체에서 성명, 담화 등을 발표할 때마다 이를 반복보도하는 가운데 원색적인 비난을 전개하며 북한 주민들의 대일 적대감정을 부채질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북한은 미국에서 발생한 테러참사에 대한 유감 표명과 함께 테러반대 입장을 천명했으면서도 최근 일본 정부가 자위대의 미군 후방지원을 결정한 것에 대해서는 '해외침략야망'을 구체화하려는 것이라며 격렬하게 비난했다. 북한은 그러나 이처럼 대일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는 와중에도 일본에 대해 대북적대시 정책의 중단과 과거청산을 촉구하며 북ㆍ일 관계개선에 대한 속내를 기회있을 때마다 내비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정상용기자 cs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