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내 동시다발 테러로 일정이 하루 연기된 우여곡절 끝에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한승수(韓昇洙) 외교장관이 유엔 189개 회원국을 대표하는 유엔총회 의장에 12일 오후(한국시간 13일 새벽) 선출됐다. 특히 이날 한 장관의 의장 취임식이 진행된 제56차 유엔총회는 전날 발생한 뉴욕의 세계무역센터와 워싱턴의 미 국방부에 대한 동시다발 테러의 규탄장이 됐다. 유엔가입 10년만의 한국인 총회의장 선출은 "아주지역 그룹에서 한국의 한승수외교장관을 의장에 추천했는데 별다른 이의가 없느냐"는 해리 홀커리 전임의장의 질문에 회원국들이 박수로 추인하는 것으로 간단히 끝났다. 한 장관은 곧바로 유엔 의전관의 안내로 의장석으로 향했고, 홀커리 임시의장과 간단한 악수를 나눈 뒤 사회봉을 넘겨 받아 한손에 사회봉을 높게 든채 189개 회원국 대표들에게 인사했다. 한 장관은 이어 차분한 톤으로 15분여간의 취임연설에 들어갔고, 특히 전날 있었던 미국내 동시다발 테러사건과 관련, "총회개회에 앞서 어제 가공할만한 테러가있었다. 분노와 혐오감을 말로써 표현하기 힘들다"고 규탄한 뒤 국제사회의 공동대응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한 장관은 이날 의장자격으로 테러공격에 대한 강력한 규탄 등 4개항을 담은 제56차 유엔총회 테러 결의안을 발의, 국제사회의 테러규탄을 주도했다. 제56차 유엔총회의 첫 결의안으로 기록된 이 테러 결의안 채택을 위해 한 장관을 비롯한 우리 대표단은 총회 개회 직전까지 각국 대표들과 교섭을 벌였다. 이날 총회 개회식은 뉴욕과 워싱턴의 동시다발 테러 희생자들에 대한 묵념으로시작돼 숙연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특히 한 장관이 테러 결의안 채택을 발의하자 코피 아난 사무총장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베트남, 체코, 그리스, 가이아나 등 5개국 대표들이 각각 속한 지역그룹을 대표해 발언, 전날의 동시다발 테러를 강력 규탄하기도 했다. 한편 당초 전날인 11일 오후 개막되려다가 만 24시간 연기된 제56차 유엔총회개회식은 테러사태의 여파가 계속되면서 이날 오전까지도 개최여부가 불투명했고 각국 대표단이 모인 이스트 45번가 유엔본부 주변은 추가 테러공격 목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침부터 미국 당국의 철저한 경호가 펼쳐졌다. 특히 뉴욕 경찰은 유엔본부 앞 전면도로와 각국의 유엔대표부가 산재해 있는 40번가 부터 46번가까지 주변을 바리케이드로 봉쇄, 엄격히 차량과 인원의 출입을 제한했으며, 유엔본부 사무국은 이날 오전 한때 유엔본부내 근무직원에 대한 소개령을다시 발령하는 등 긴장된 분위기가 역력했다. (유엔본부=연합뉴스) 황재훈기자 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