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정책의 전도사'인 임동원(林東源) 장관의 뒤를 이어 홍순영(洪淳瑛) 주중대사가 신임 통일장관에 임명된 것은 대북 햇볕정책의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분명한 의지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홍 장관이 40년 경력의 직업외교관으로 외교장관을 비롯한 외교부 요직과현직 주중대사를 지내면서 남북문제는 물론 4강외교에도 능통하다는 점은 급변하는동북아 정세 전반을 아우르면서 포용정책을 강력히 추진할 것임을 시사한다. 이에 따라 홍 장관은 임동원 장관이 물러난 통일부를 특유의 조직장악력과 외교.남북경험을 바탕으로 이끌면서 햇볕정책을 강력히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홍 장관은 현정부 출범 초기 한.러 외교관 맞추방 사건으로 물러난 박정수(朴定洙) 장관의 뒤를 이어 98년 8월부터 지난해 초까지 외교장관을 역임하면서 국민의 정부 탄생 후 햇볕정책에 대한 4강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산파역을 담당했다. 또 지난 80년대 초 임동원 장관이 나이지리아 대사를 역임했을 당시 공사를 지냈고, 현정부 출범 후에는 외교장관으로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었던 임 장관과 대북 포용정책에 대한 호흡을 맞춰오면서 햇볕정책에 대한 '교감'을 쌓아왔다. 외교장관 재임시절 탕자쉬앤(唐家璇) 중국 외교부장을 서울로 초청해 이룬 '온천외교'의 결실로, 탕 부장 등 중국측 고위인사와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는 점도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감안할 때 남북관계 진전의 긍정요소로 평가된다. 특히 홍 장관이 외교장.차관 근무시절 특유의 소신과 시원시원한 성격으로 조직장악력이 높았다는 점에서 집권후반기를 맞아 자칫 느슨해질 수 있는 정부내 햇볕정책 추진의 고삐를 죄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중단된지 6개월여만에 오는 15일부터 서울에서 열릴 남북 장관급 회담이 재개된다는 점도 학계 인사보다는 관료로서 잔뼈가 굵어 협상경험이 많은 홍 장관을 발탁하는 요인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홍 장관이 소신있다는 평가와 함께 간단치 않은 고집도 있다는 점에서, 통일부 조직은 물론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점점 정치문제화 되는 남북문제를 어떻게 마찰없이 매끄럽게 풀어나갈지가 과제로 남아있다. 한편 이번 인사는 김하중(金夏中)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에 대한 배려 차원도 고려됐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외시 7기로 선배들을 제치고 지난해 외교안보수석에 전격 발탁된 김 수석의 경우 중국통으로서, 홍 장관이 물러난 주중대사직 0순위로 손꼽히는 상황이다. (서울=연합뉴스) 황재훈기자 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