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 개편의 최대변수로 작용했던 이한동(李漢東) 총리의 거취가 결국 사퇴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 같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당초 이 총리를 유임시키고 민주당 대표와 청와대 비서실장을 교체하는 구도를 생각했으나 이 총리가 5일 자민련 김종필(金鍾泌.JP) 명예총재와 만난뒤 '당 복귀'쪽으로 결심을 굳혔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 총리의 유임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입장에는 아직도 변함이 없다"면서 "그러나 이 총리가 끝내 당 복귀를 원할 경우 그의 의사를 존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이에 따라 이 총리가 결국 자민련에 돌아갈 경우에 대비, 새 총리물색에 나서는 등 당.정.청 개편에 대한 구상을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5일 "김 대통령은 이 총리를 유임시키는 방향으로 개편 구상을 짜고 있었다"면서 "이 총리가 총리직에서 물러날 경우 김 대통령의 구상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이 이 총리의 유임을 바란 이유는 이 총리가 행정총리로서 무난하게업무를 수행한데다 그를 교체할 경우 신임 총리의 국회인준 과정이 복잡해진다는 점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DJP 공조 붕괴로 여소야대(與小野大)가 된 상황에서 신임 총리를 임명할 경우 인사청문회 등 임명동의 절차를 거치는게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자민련의 공동정부 이탈로 보수측면에서 공백이 생긴 점을 보수색채가 강한 이 총리를 통해 보완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 고위관계자는 "이 총리는 총리로서 국민에 대한 책무와 자민련 총재로서 당에 대한 의무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이 총리가 '선민후당(先民後黨)'을 해주면 모든 것이 잘 풀릴텐데..."라며 아쉬움을 피력했다. 한광옥(韓光玉) 청와대 비서실장도 이날 오전 이 총리를 만나고 돌아온뒤 기자들과 만나 "두고 보자. 인사문제이니까"라며 이 총리 변수가 최종 정리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김 대통령과 청와대는 JP와 자민련의 반발이 예상외로 커짐에 따라 이 총리가 최종적으로 당복귀를 결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이 총리에 대한 막판 설득작업을 계속하면서 후임총리 물색 등 대책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이 총리의 당 복귀에 대비한 '대안' 마련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일단 청와대는 이 총리가 자민련 복귀를 선택할 경우에 대비, 이 총리의 각료 제청에 대비한 후임각료 인선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개각은 행정공백 등을 우려해 7일께 단행되더라도 민주당 대표, 청와대 비서실장 등 당과 청와대에 대한 인사는 주말이나 내주초로 늦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연합뉴스) 정재용기자 jj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