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직 사퇴서를 제출한 이한동(李漢東) 국무총리가 4일 자신의 거취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회피하면서 대북 포용정책 등 국정 전반에 대해 의욕적으로 홍보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사표 제출후 경기도 포천의 생가와 선영을 방문한 이 총리는 저녁 산정호수 한화콘도에서 열린 '경기북부 11개 시.군의원 연찬회'에 참석, 오전까지의 무거운 표정과는 대조적으로 밝고 의욕에 찬 모습을 보였다. 이 총리는 먼저 총리직과 자민련 총재직 사퇴서를 제출한 사실을 참석자들에게 알린 후 "2001년 9월4일은 우리나라 정치에서 두고두고 기억될 역사적인 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DJP공조 파기까지 불러온 대북포용정책에 언급, "지난해 6.15 남북정상회담 이후 한반도는 전쟁공포와 위험성에서 해방된 상태"라며 "그것만으로도 대북포용정책은 성공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임동원(林東源) 장관 해임안 가결과 관련, "평양에서 어설픈 짓을 한단체는 엄단하면 되고 (북한과) 대화는 계속해서 전쟁이 영원히 추방되도록 해야 한다"며 임 장관 사퇴를 주장해온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명예총재와 차별화했다. 이어 이 총리는 20여분에 걸쳐 세계경제 침체속에서도 지속되는 경제성장, 생산적 복지, 전자정부 구현, 유엔 의장국 선출 등 현정부의 치적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 홍보해 일부 참석자들 사이에선 "사퇴서를 낸 총리가 맞느냐"는 수군거림도 나왔다. 이 총리는 이와함께 "선거에서 승리한 사람이 모든 것을 얻고 패배한 사람은 모든 것을 잃는 한국형 대통령제가 국민을 극한으로 양분화시키는 원인"이라며 새삼 내각제 개헌을 주장했다. 하지만 이 총리는 행사 뒤 자신의 거취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공세에 "국무회의에서 일괄 사표를 모아서 내고 당에 총재직 사퇴서를 낸 사람이 무슨 할 말이 있느냐"며 직접적인 답변을 피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청와대에서 총리직 잔류를 권유받았나. ▲청와대에 물어봐라. 답변할 위치가 아니다. --청와대에서 권유하면 총리직에 남을 것인가. ▲쓸데없는 소리... --평소보다 의욕적으로 국정홍보를 한 느낌을 받았는데. ▲그럼 고향에 와서 죽는 소리를 해야 하나. (포천=연합뉴스) 김병수기자 bingsoo@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