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4일 별다른 공식 일정을 잡지 않은채 조각 수준의 정부부처 개각을 포함한 대대적인 당정개편 구상에 착수했다. 그러나 김 대통령은 이날까지 구체적인 개편방향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다만 여권 일부에서 흘러나오는 애기를 종합할 때 민주당 대표와 청와대 비서실장, 국무총리 등 "빅3"를 신속히 임명한뒤 시차를 두고 이번 주말께 전면적인 당정개편을 단행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이한동 국무총리의 유임여부가 최대 변수다. ◇ 총리 =이 총리는 이날 오전 총리직 사표를 낸데 이어 자민련 총재직을 물러날 뜻도 표명했다. 김 대통령은 이 총리의 유임을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본인은 신변정리를 하는 듯 경기 포천에 있는 선영을 다녀왔다. 그러나 총리실 주변에선 그가 총리직에 애착을 보여온 사실을 지적,김 대통령이 잔류를 권유하면 이를 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자민련이 당 복귀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양희 사무총장은 "이 총리가 당인으로서 처신을 확고하게 할 것"이라면서 "신임장관 제청 때문에 당분간 총리직에 있을 수는 있지만 이것이 끝나면 당으로 확실히 돌아온다"고 주장했다. 이 총리가 자민련으로 복귀할 경우 비호남 출신 화합형 인사가 기용될 가능성이 높다. 후임 총리에는 이세중 전 대한변협 회장, 이수성 전 총리, 민주당 김중권 대표 등이 거론되고 있다. 총리 기용설이 나돈 이인제 최고위원은 입각여부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 당 대표 =교체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김 대표도 이를 의식, 이날 의원연수에서 "앞으로도 당의 배후에서 열심히 도울 생각"이라며 사실상 고별사를 했다. 김 대통령은 관리형과 실세형을 놓고 고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지자체 선거까지 당을 이끌 관리형 대표를 임명할 경우 김원기 최고위원과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이 적임자로 꼽힌다. 한 실장은 김 대통령의 신임과 당 장악력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으나 민주당내 소장파 의원들이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 단점이다. 김원기 최고위원은 중량감 등은 있지만 돌파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세형의 경우 한화갑 최고위원이 단연 선두 주자다. ◇ 청와대 비서실장 =당 대표설이 나도는 한광옥 실장 후임에는 이홍구 전 주미대사, 박지원 정책기획수석, 그리고 조승형 전 헌법재판관 등이 거론되고 있다. 김 대통령은 자신의 의중을 잘 읽고 있는 박 수석을 비서실장에 임명, 집권말기의 레임덕을 줄이는 방안과 함께 정치와 행정 경험이 많은 이 전 대사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김영근 기자 yg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