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이 2일 남북당국간 대화를 조속히 재개할 것을 제의함에 따라 지난 3월 13일 북측의 일방적인 연기로 무산된 제5차 남북 장관급회담 재개 여부에 커다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측의 이날 제의가 임동원(林東源) 통일부 장관 해임 건의안에 대한 국회 표결을 하루 앞둔 시점에서 그리고 이례적으로 방송통지문 형식으로 나왔다는 점에서 매우 주목되고 있다. 그러나 북측의 이번 당국간 대화 재개 제의가 지난 3월 이후 처음으로 나왔다는점에서 지금까지 연기되고 있는 남북 장관급 회담 재개에 대한 기대를 전혀 무시할수 없다는게 상당수 북한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북측이 추후 판문점 연락사무소를 통해 구체적인 입장을 밝혀오겠지만 "6.15 북남공동선언의 정신에 부합되게 북남 당국 대화의 조속한 재개를 바란다"며 "건설적인 제의에 귀측의 긍정적인 호응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언급한 내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조국평화통일위원회라는 북측 제의 주체로만 보면 논란의 소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림동옥 조평통 부위원장이 북한의 대남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실세라는 측면에서 북측 제의를 경시해서는 안된다는 관측이 더 우세하다. 최악의 경우 북측에서 국내 정치에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계산된 의도 아래 이같은 제의를 한 것으로 가정하더라도 북측의 제의에 대해 탄력적으로 대처해나가는 것이 우리의 실리적인 자세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통일부를 비롯한 정부 당국자들의 신중한 반응은 일단 눈여겨 볼 대목이다. 북측 제의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말하기 힘든 측면이 없지 않지만 당국 대화, 특히 장관급회담의 성사 계기를 찾으려는 노력을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장쩌민(江澤民) 중국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3-5일 북한을 공식 방문,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과 두 차례 이상의 정상회담을 가짐으로써 북한으로선 그동안의 남북관계 침체 국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김위원장의 대외관계 행보는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7.26-8.15)에 이은 후속 행보여서 조지 W 부시 미행정부 출범 이후 경색되어 온 북미관계와 남북관계를 분리해서 다룰 수 있는 전기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가 바로 그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이 남북대화의 장으로 나온다면 일단은 6.15 공동선언의 이행을 총괄하는 장관급회담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또 6.15선언의 정신을 들어 남측에 대해 할 말은 반드시 하고 넘어가겠다는 입장인만큼 그러기 위해서 경제실무 등 하위급 회담보다는 장관급회담를 선호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아직 예단하기 이르지만 장관급회담의 북측 대표로는 림동옥 조평통 부위원장이 나올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같은 관측은 장관급회담의 남측 대표가 임동원 장관이라는 점에서 나름대로 설득력을 지닌것으로 관측된다. 그렇지만 남북 장관급회담이 재개되더라도 북측이 대미관계와 최근 남측 상황에대해 어떤 형태로든 언급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지난해 남북정상회담 직후처럼 남북관계의 앞날이 반드시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연합뉴스) 주용성기자 yongs@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