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이 임동원(林東源) 통일부 장관 해임건의안의 국회표결을 하루 앞둔 2일 남북 당국간 대화의 조속재개를 제의한 것은 무엇보다'정치적 판단'이 깊게 깔려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북측이 임 장관에 대한 국회표결이 이뤄질 경우 '국민의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북 화해.협력정책이 자칫 붕괴될 수도 있음을 우려, 서둘러 림동옥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부위원장 명의로 방송통지문을 보낸 것으로 풀이하고있다. 즉 화해.협력정책을 진두지휘해온 임 장관에 대한 '배려'의 모양새를 갖추면서 남북관계를 과거의 적대적인 관계로 되돌리지 않고 대북강경론의 득세를 예방하려는고도의 판단이 개입돼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지난 8.15때 평양에서 열린 민족통일대축전 과정에서 남측 대표단 방북 승인과정이나 일부 대표의 돌출행동 등으로 남한 사회에서 일고 있는 남북관계에 대한부정적 인식을 불식시키려는 측면도 이번 통지문 발송에 작용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통지문이 "6.15 북남 공동선언은 날이 갈수록 내외의 적극적인 지지와 환영을받고 있으며 이를 기어이 실천하려는 겨레의 의지는 더욱 커가고 있다"며 "이번에평양에서 진행된 8.15 민족통일대축전은 그것을 더욱 뚜렷이 확증하였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대원칙 아래서 세부적으로는 북한이 3-5일로 예정된 장쩌민(江澤民) 중국 주석의 방북을 끝으로 최근 중국.러시아와의 정상외교 일정을 마무리하고 남북및 북미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따라서 북측의 제의는 지난 3월 중단된 5차 남북 장관급 회담 연기요청 이후 약6개월만에 이뤄진 것이지만, 대화 재개를 통해 현실적인 남북관계 개선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와 관련, 정부 당국은 림동옥 조평통 부위원장의 제의에 대해 신중한 반응을나타내고 있다. 통일부의 한 당국자는 "림동옥 부위원장의 제의는 당국대화의 내용이나 수위가명확하지 못한 점이 있다"며 "북측이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해올 것인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북측의 제의가 3일 임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불과 하루 앞둔 시점에서 나왔기 때문에 북측의 의도대로 남북화해의 기류를 존치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평가도 있다. (서울=연합뉴스) 권경복기자 kkb@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