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민주당, 그리고 자민련은 31일 임동원(林東源) 통일부장관 거취 문제를 둘러싸고 서로 상대방의 태도변화를 촉구하면서 힘겨루기를 벌였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임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는 공동여당의 근간에 관한 문제이며 민족문제를 놓고 공조가 안된다면 공조의 근간이 흔들리는 것"이라면서 자민련의태도변화를 촉구했다. 이에 맞서 자민련은 '자진사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해임안 국회표결시한나라당과의 공조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서는 등 청와대와 민주당에 대한 압박을 계속했다. ◇청와대.민주당= 2여 공동정부의 '공조정신'을 강조하면서 자민련의 입장변화를 촉구했다. 박준영(朴晙瑩) 청와대 대변인은 오전 정례 브리핑을 통해 "임 장관 해임안 처리는 공동여당의 근간에 관한 문제"라면서 "민족의 문제를 놓고 공조가 안된다면 공조의 근간이 흔들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대변인은 "공동정부의 한 축인 자민련이 결의문과 다른 형식을 통해 공개적으로 (임 장관의 자진사퇴를) 요구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들도 일제히 "공조는 누가 끌고 가고 누가 따라가는 것이 아니다"고 '공조정신'을 강조하면서 자민련을 압박했다. 청와대측은 임 장관 문제가 "개인의 문제가 아닌 남북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민족문제"라고 규정하고 자민련의 태도변화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임 장관 해임안 처리문제에 대한 국회대책을 점검하면서 자민련과는 당분간 냉각기를 갖고 설득작업을 계속해나간다는 기조를 세웠다. 냉각기를 갖기로 한 것 자체가 자민련에 대한 압박전략인 셈이다. 한광옥(韓光玉) 비서실장은 "김종필(金鍾泌) 자민련 명예총재도 얘기했고 우리입장도 있으니까 좀 더 두고보자"고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민주당 김중권(金重權) 대표와 이상수(李相洙) 총무는 이날 오전 청와대를 방문,총재인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게 정국현안과 국회운영 대책을 보고하고 김 대통령의 의중을 직접 확인함으로써 당.청 일체체제를 갖췄다. 한 당직자는 "우리로선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라고 배수의 진을 친 여권의 의지를 표현했다. 김 명예총재의 요구에 따라 임 의원을 해임하든, 국회에서 표결로 해임건의안이 통과되든 마찬가지인 만큼 '명분'은 지키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도 "모든 것을 예단하지는 말라"고 단서를 달았다. 전용학(田溶鶴) 대변인은 전날까지만 해도 "주말을 이용해 자민련과 집중적인대화노력을 할 것"이라고 '대화'를 강조했으나 이날 당4역.상임위회의와 청와대 박대변인의 브리핑후엔 "자민련의 태도변화 여부를 예의주시하겠다"고 자민련측의 입장변화를 촉구했다. ◇자민련= 자민련 지도부는 이날 김 명예총재의 신당동 자택에서 '안방' 구수회의를 갖고 청와대와 민주당에 자진사퇴라는 최후통첩을 받아들일 것을 압박했다. 특히 JP는 독서, 바둑으로 시간을 보낸뒤 오후들어 강원 원주 방문 일정을 소화하는 등 담담한 표정이었다고 변웅전(邊雄田) 대변인이 전했다. JP는 원주로 향하기 앞서 집앞에서 기자들에게 "언제부터 나한테 관심이 이렇게 많았어"라면서 '기분이 어떠냐'는 질문에 "기분이야 항상 좋지"라고 말했다. 앞서 변 대변인은 "매우 담담하고 여유있다"고 JP의 표정을 전하고 JP 지시로 1일로 잡혔던 골프모임을 취소했다고 말해 결연한 당 분위기를 감지케 했다. 변 대변인은 "공은 청와대로 던져진 상태"라면서 "임장관이 사퇴할 때까지 매일 수시로 장소에 구애없이 4역회의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3건의 논평을 통해 "진정한 공조는 상대를 존중하고 경청하는 것"이라며 압박 강도를 높였고 "'임 장관이 반통일 세력에 의해 물러나면 김 대통령이 어떻게 자신의 뜻을 펼치겠는가'라는 이상수(李相洙) 민주당 총무의 한 라디오 프로그램 인터뷰 발언에 경악과 분노를 금치 못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끝까지 사퇴를 관철시킬 것"이라며 "민주당은 어떤 길이 통일의 바른길인지 김 대통령이 말한 바 '차가운 머리'로 숙고해 주길 충고한다"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측의 유감표명에 대해서도 "공조와 대북정책을 위해 사퇴를 요구한 것인데 마치 우리가 가로막는 것처럼 유감을 표시하는 것은 유감"이라며 "통일부가 안돌아가는 분위기인데 우린 사퇴를 낙관한다"고 덧붙였다. 오전 JP를 만나고 나온 이양희(李良熙) 사무총장도 "우리는 할 이야기 다 했다. 저쪽에서 어떻게 나올지 후속조치를 주시하고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장은 그러나 "얘기가 있겠지. 좀 더 기다려 보자"고 기대감을 표명했으며 변 대변인도 "솔직히 대통령도 명분이 있어야 하니 시간을 줘야한다. 해임안 처리전에 사퇴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변 대변인은 특히 청와대, 민주당과의 물밑대화와 관련, "여러 채널을 통해 대화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양측간 막후접촉에도 촉각을 세웠다. jjy@yna.co.kr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고형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