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김일성(金日成) 주석이 생존 당시인 지난 80년 7월 18일 방북한 스티븐 솔라즈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아태소위원장을 미 의원으로는 처음으로 만나 나눈 대화록이 20년만에 공개됐다. 북미관계에서 최초의 공식 접촉으로 기록될 수 있는 두 사람간의 대화록은 최근 미국에서 처음으로 공개됐으며 미 조지 워싱턴대 유민호 특별연구원이 이를 입수했다. 김 주석은 당시 솔라즈 의원과의 대화에서 한국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기 위해 서명 당사자인 북-미간의 협상을 제의하고 필요하다면 남한 당국자를 옵서버 자격으로 참가시키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 대화록에서 "북미 평화협정 체결후 남북은 군사력 감축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제하고 "남북 군축 문제는 (북미간의) 평화협정만으로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대화록에서 발췌한 김 주석 발언의 주요 내용이다.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얼어붙은 한반도 문제를 정당한 방법으로 해결하기를 희망한다. 휴전협정에 서명한 당사자는 미국과 북한이다. 따라서 휴전협상을 평화협정으로 바꿀 당사자는 미국과 북한이다. 필요하다면 남한 당국자를 옵서버 자격으로 참가시키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우리가 바라는 것은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것이다. 그후에 북과 남은 군사력 감축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북과 남의 군축문제는 평화협정만으로도 충분하다. 두 나라 사이에 불가침 협정을 맺는 것는 불필요하다.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먼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면서 문제를 풀어 나가자. 이 문제가 풀린다면 다른 문제들도 모두 풀릴 것이다. 평화협정에 들어간 뒤 미군이 왜 남한에 주둔해야 하는가. 평화협정 하에서 우리는 전쟁을 벌이지 않겠다고 약속할 것이다. 북과 남은 군축에 들어갈 것이다. 군축문제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는 대화를 통해 이뤄나갈 것이다. 긴장완화를위해서는 평화협정 체결이 가장 급선무다. 미국에 돌아가면 '북한을 두려워할 상대가 아니다'라고 전해주기 바란다.』 (서울=연합뉴스) 주용성기자 yongs@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