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노동당 총비서겸 국방위원장의 대외적 행보가 갈수록 바빠지고 있다. 지난달 26일부터 전용열차편으로 시베리아횡단철도를 달려 무려 24일동안 러시아를 방문하고 귀환했던 김 위원장은 불과 보름만에 다시 북한을 공식 방문(9.3∼5)하는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 겸 공산당 총서기를 만나게 된다. 그는 러시아 방문 기간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세차례 만나 외교ㆍ경제ㆍ군사 등 여러 분야에서 양국간 공조를 튼튼히 다진데 이어 장 주석의 방북을 통해 순치(脣齒)와 혈맹(血盟)의 관계로 불리는 북ㆍ중 양자협력을 더욱 공고히 함으로써전통적인 동맹국들과의 관계발전을 선두에서 지휘하고 있다. 특히 부시 미국 행정부가 대북 강경정책을 펴고 있는 실정에 러시아ㆍ중국 정상들과의 잇따른 만남을 통해 북ㆍ중ㆍ러의 협력구도를 공고히 하고 미국에 공동으로 대처해 나가는 등 외교력을 구축해 나가고 있는 셈이다. 김 위원장은 또 러시아 방문을 마친 직후 곧바로 평양으로 가지않고 함경북도에 머무르면서 지난 19일 청진시의 라남탄광기계연합기업소와 인민군 제696부대를 시찰했으며 26일에는 강원도 법동군 룡포혁명사적지와 울림폭포를 다녀가는 등 내치에도 힘을 쏟고있다.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김 위원장이 지난해 6월 분단사상 처음으로 열렸던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주변국 등과 관계개선 등 전방위 외교에 직접 뛰어들고 있는 점이다. 김 위원장이 김일성 주석의 뒤를 이어 북한을 완전히 장악한 것은 이미 오래전일이지만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외부에 좀처럼 얼굴을 내밀지 않아 대내외적으로 베일에 싸여있는 존재로 굳어져 있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그는 지난해 3월 완융상(萬永祥) 당시 북한주재 중국대사의 요청에 따라 중국대사관을 공식 방문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통해 중국과 관계 회복의 돌파구를 마련했다. 특히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지난해 5월말 중국을 방문해 장 주석 등 고위층과 만난데 이어 지난 1월 중순 7개월여만에 또다시 중국 상하이(上海)를 방문하고 장 주석과 회담을 가졌으며 '편리한 시기'에 북한을 방문하도록 그를 초청했다. 이와 함께 방북한 △다이빙궈(戴秉國)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2000.9.15) △츠하오톈(遲浩田) 국방부장(2000.10.25) △왕자루이(王家瑞) 부부장(2001.2.9) △쩡칭훙(曾慶紅) 당 조직부장 겸 정치국 후보위원(2001.3.22) 등을 접견했고 방북한 상하이교향악단 공연을 관람(2001.3.23)했으며 중국공산당 창건 80돌을 맞아 주북 중국대사관에서 마련한 연회(2001.7.1)에도 참석하는 등 중국과의 관계발전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김 위원장은 또한 지난해 7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을 통해 소련 해체 이후 한동안 불편해졌던 러시아와의 관계를 복원했으며 올해 5월초에는 유럽국 정상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방북한 유럽연합(EU) 의장국인 스웨덴 요란 페르손 총리와 회담을 가짐으로써 서방과의 관계개선에 크게 기여했다. 김 위원장은 또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위해 지난해 9월 자신의 특사자격으로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을 미국에 파견해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과 만나도록한데 이어 같은해 10월에는 방북한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미 국무장관과 회동하고 북ㆍ미관계 개선에 주력했다. 김 위원장의 이러한 전방위 외교는 국제무대에서 자신과 북한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북한의 경제를 회복하는데 일조할뿐 아니라 경제난 속에서도 체제에 더욱 충실하도록 북한 주민들을 교양하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서울=연합뉴스) 최선영기자 chs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