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임동원 통일부장관의 거취문제를 놓고 정면 대결로 치닫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임 장관 경질 불가를 천명하면서 현 정국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반면 한나라당은 해임건의안 제출로 맞서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자민련도 임 장관의 퇴진을 거듭 요구하고 나서 공동여당내 갈등도 심화되는 양상이다. ◇청와대·민주당=여권은 24일 일제히 임 장관 경질에 대해 '불가'를 외치고 나섰다. 그동안 여권 일각에선 일던 임 장관에 대한 문책론도 싹 사그라졌다. "임 장관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만 있었다. 이처럼 여권이 임 장관을 적극 감싸게 된 것은 김 대통령이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외교 안보 통일장관 오찬 간담회를 전후로 "대북화해협력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할 것"을 선언했기 때문. 여권내 임 장관에 대한 문책논란을 정리하는 발언이었던 셈이다. 김 대통령은 "남북관계에 대한 냉전적인 사고도,급진적인 통일지상주의도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일관성 유지'를 언급하는 방식으로 햇볕정책의 '전도사'격인 임 장관에 대한 두터운 신임을 확인한 것. 이에 대해 박준영 청와대 대변인은 "김 대통령은 임 장관의 경질문제를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청와대의 고위관계자는 "방북단에 포함된 일부 인사들의 돌출행동에는 문제가 있지만 방북단 전체의 문제가 아니며,특히 남북교류협력 확대라는 정책적인 판단하에 방북을 허가한 임 장관에게 책임을 돌릴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방북단 일부의 돌출행동을 빌미로 현정부의 치적 중의 하나인 남북정상회담 등 햇볕정책의 성과를 일거에 희석시키려는 야당의 공세에 더 이상 밀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전용학 민주당 대변인도 "일부 방북단의 돌출행동만을 부각시켜 임 장관 문제로 확대하는데 대해 단호한 입장을 견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권철현 대변인은 이날 오전 당3역회의 브리핑을 통해 "임 장관의 해임안을 제출한 이유는 단순한 돌출행동 때문만은 아니다"면서 경질사유를 설명했다. 권 대변인은 "최근 방북단 사태와 관련,1997년 이적단체로 판결받은 범민련을 통일부의 창구로 북한과 접촉시켜 활용한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이 임 장관"이라고 지적하며 "임 장관은 사상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의 행위를 계속해 왔고 더 이상 통일부 장관으로 두어서는 안되겠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판단"이라고 전했다. 이재오 총무도 별도 기자회견에서 현정부 들어 불명예 퇴진했던 김태정 전 법무,차흥봉 전 보건복지,오장섭 전 건교 장관의 사례를 들며 "임 장관도 결국 피투성이가 되고 나라가 망신당한 채 경질되는 사퇴가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한나라당은 해임건의안을 통해 "임 장관은 양보일변도의 대북지원을 계속하는 등 저자세 정책을 일관해 국가의 안보와 주권을 농락당하게 했다"고 비판한뒤 "특히 8·15 평양축전을 앞두고 친북자들의 방북허용을 결정,국가 전체를 남남갈등 및 보혁갈등으로 갈가리 찢어놓았다"며 경질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김영근·김형배 기자 yg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