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초기에 발생한 노근리 양민 학살사건의 피해자들이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사건의진상이 미국 법정에서 가려질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에서 노근리 사건 피해자들의 법적 문제를 대행하고 있는 마이클 최(한국명최영) 변호사는 21일 "미국 국방부에 노근리 사건 조사 자료 공개를 요청했으나 두달이 넘도록 응하지 않고 있다"며 "이번 주말까지 기다려 본 후 다음주 미국 정부를정보자유법 위반 혐의로 워싱턴연방지법에 제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최 변호사는 당초 미 국방부가 45일동안의 시간적 여유를 요구해 수락했으나 약속시한인 이달 초 다시 일주일을 미룬 후 아직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다고 말했다. 미 국방부는 AP통신의 특종 보도 직후인 지난 1999년10월 노근리 사건 진상규명에 착수, 자료 100여만건 검토와 참전군인 면담 등을 거쳐 올 1월 사건의 실체는 인정하나 발포 명령 여부와 피해 규모는 확인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을 거부한 채 추모비 건립과 장학금 제공 등의 사후 대책을 제시했다. 최 변호사는 "법원의 명령에 따라 조사 자료가 공개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하고 "국방부가 만약 주요 자료를 누락시키거나 은폐하려 든다면 형사 고발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찰스 헨리 AP통신 기자가 최근 저술한 `노근리의 다리'(The Bridge at NoGun Ri)에 20여건의 비밀 문서가 추가로 공개됐다고 지적하고 당시 노근리 주둔 미군 부대장의 발표 명령과 전투기 출격 및 기총소사 등 명백한 기록이 증거물로 확보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의회에서 올 가을께 청문회를 개최하는 한편 노근리 피해자들에게 손해 배상을 지급할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측은 최근 고위 관계자를 한국에 보내 올 회계연도가 끝나는 9월30일이전에 추모비 건립과 장학금 지급 등 사후 대책을 시행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으나 피해자들이 일언지하에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연합뉴스) 이도선 특파원 yd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