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언론사주의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이뤄진 17일 국내 언론학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언론개혁의 쟁점에 대해 진지한 토론을 펼쳤다. 이날 오후 한국언론학회(회장 차배근)가 서울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언론개혁의 쟁점과 이론적 조망'이란 주제로 마련한 세미나에서는 우리 사회를 '국론 분열'의 위기로까지 몰아넣은 언론개혁 논쟁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쏟아져나왔다. 첫번째로 주제발표에 나선 윤영철 연세대 교수는 "언론개혁에 관한 논쟁이 내년 대통령 선거의 전초전이란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정파와 후원세력간에 원색적 전면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논쟁이 "시장중심적 자유주의와 급진적 민주주의의 공방으로 점철돼 왔다"면서 "시장 독점으로 인한 의견 다양성의 상실을 방지하는 동시에 다수 의견을 수렴해 독선의 폐해를 줄일 수 있는 공동체지향적 자유주의가 오늘날 한국 언론의 이론적 토대가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조항제 부산대 교수는 "주류 신문들의 경우 성격이나 이념 차이가 없어 시장 우세가 영향력 강화로 직결되는데다가 정부와 권력 블록 사이의 긴장이 커짐에 따라 미디어의 권력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으며, 김신동 한림대 교수도 "권위주의 지배체제가 무너진 뒷자리에 정치화되고 권력화된 언론이 등장해 국가권력과 언론의 관계를 일방통행에서 쌍방통행으로 바꾸어놓았다"고 분석했다. 장호순 순천향대 교수는 "우리나라 신문시장에서 중앙일간지가 차지하는 구독률은 90%이상으로 추정돼 주요 선진국보다 월등히 높다"면서 "권력과 언론의 유착을 용이하게 만들어온 족벌거대 중앙언론을 점진적으로 해체하고 지역언론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승목 서울대 교수는 "언론개혁 담론의 초점이 보수언론의 변화나 약화에 있기때문에 세무조사가 순식간에 보혁대결을 연상시키는 사회 전체수준의 갈등을 불러일으켰다"면서 "언론계와 학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언론발전위원회와 같은 기구를 구성해 정간법 개정 등 제도적 개혁을 추구하되 ABC제도나 신문공동판매제와 같은 타협가능한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욱 한국언론재단 선임연구위원은 "언론의 문제를 개선하고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부정적, 억압적 규제보다는 긍정적, 진흥적 규제를 충분히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구체적 사례로 △소규모 FM 라디오 방송 허용 △신문 공동판매 및 배달 인프라 구축 △언론인 교육체제 정비 △인쇄매체 수용자 조사사업 지원 등을 제안했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기자 hee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