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영수회담을 제의하고 한나라당도 이를 수용키로 방침을 정함에 따라조만간 영수회담이 이뤄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지난 1월 영수회담이 결렬된 이후 대치정국이 심화됐다는 점에서 회담이 성사되면 무엇보다 '신뢰회복'에 대한 여야간 선언적 합의가 이뤄지고 이를 바탕으로 경제와 민족문제에 대한 초당적 협력 방안이 도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경제문제에 대한 초당적 협력을 조건으로 여권이 개헌 등 정계개편에 나서지 않겠다는 확약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며, 언론사 세무조사 처리도 관대한 입장으로의 전환을 요청할 것으로 관측된다. ◇ 민주당 = 김대중 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지난 1월 영수회담 결렬 이후 모처럼 영수회담이 재개된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여야간 대화정치 재개및 신뢰회복에 관한 선언적 내용이 합의문에 반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8월 임시국회와 정기국회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신뢰관계가 회복되지 못할 경우 추경안은 물론 민생.개혁법안 처리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또 여야정 경제정책협의회가 두차례나 열렸다는 점에서 경제문제에 관한 초당적 협력 의지 천명과 구체적 실현 방안이 영수회담을 통해 마련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중단된 북미대화의 재개 등을 포함해 남북관계 개선 및 평화통일과 관련한 민족문제에 대해 '정파를 초월한 파트너십' 구축도 민주당에서 기대하고 있는 의제중의 하나다. 특히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참배 등에 따라 현안으로 대두된 한일관계 재정립 문제 역시 여야를 떠나 협력할 수 있는 의제라고 판단하고 있다. 아울러 김 대통령이 경축사에서 밝힌 '정치개혁' 문제도 영수회담의 주요의제로 상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정치개혁의 방향 여하에 따라 선거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고, 이에 따라 여야간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어 영수회담에서는 선언적 수준의 합의도출이 가능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다만 민주당은 김 대통령이 영수회담 제의라는 방식을 통해 국정운영의 파트너로서 한나라당의 지위를 인정했음에도 불구, 야당이 공세적 입장을 취할 것으로 예상되는 언론사 세무조사 문제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른 것"이라는 완고한 입장에서 한치도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 한나라당 = 영수회담이 열리게 되면 민생.경제와 대북문제, 언론사 세무조사등을 집중 거론할 방침이다. 특히 한나라당은 현정권의 대북정책에 대한 투명성 결여가 여야 대립과 국론분열의 원인이 된 것으로 판단, 차제에 확실한 문제제기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이 총재는 "김정일 답방을 비롯한 남북문제를 정치적.정략적으로 이용하지 않는다"는 공개천명을 희망하고 있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답방을 계기로 한 통일헌법 제정과 국체변경, 정계개편 가능성에 쐐기를 박겠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또 '언론사주 구속은 언론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주장을 펴면서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한 관대한 처리를 요구할 계획이다. 이 총재 측근은 "언론사 세무조사가 차기 대선을 앞두고 여권의 언론장악 시나리오대로 진행된 것이 아니냐"면서 "이같은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한 가시적 성과가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그러나 정경(政經) 분리 원칙에 따라 민생, 경제문제에 대해선 최대한 협력, 합의를 이끌어낼 생각이다. 특히 기업규제 완화와 경기부양을 위한 대규모 세금감면, 확실한 구조조정의 지속 등을 제시할 계획이나 민생의 어려움을 감안, 초당적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걱정스런 부분을 지적하면서도 민생, 경제부분 등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한다면 영수회담에 의미가 있다"면서 "이 총재는 영수회담에서는 실질적 성과를 거둘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수훈 이강원기자 hj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