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의 제56회 광복절 경축사는 개혁-화합-경제살리기란 세개의 축을 바탕으로 남은 임기 동안 세계 일류국가로 도약하는 기틀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경축사는 우선 새로운 일의 시작보다는 그동안 추진해온 '국정'의 완벽한 마무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 대통령의 남은 임기가 1년 남짓하다는 현실의 반영인 셈이다. 김 대통령은 그러나 '21세기 희망찬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선 개혁을 중단할 수 없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후손에게 '일류국가'를 물려주기 위해 향후 국정운영의 중심을 남북한 및 동서간 화합,경제살리기에 두겠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김 대통령은 일단 어려운 경제상황에 대해 사과했다. 김 대통령은 "국민들의 고통과 실망이 얼마나 큰가를 생각할 때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말한 후 경제회복에 국민적인 협력이 필요함을 호소했다. 남은 임기 동안 경제살리기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김 대통령이 밝힌 경제분야 중점 추진방향은 크게 △경제개혁 가속화와 경제활력의 조속회복 △지식경제강국의 건설 △중산층 육성과 서민생활 향상 등 세가지로 모아진다. 이어 개혁과 화합을 거론했다. 김 대통령은 "개혁이 생존을 위한 유일한 대안"이라고 지적하고 경제뿐 아니라 정치권도 전방위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통령은 그러나 "개혁에는 고통이 수반되지만 그 고통도 서로 협력하는 마음만 있다면 극복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 최근 언론사 세무조사 등으로 조성된 정국긴장을 감안,향후 정국운영에서 대화와 화합에 상당한 비중을 두겠다는 뜻도 피력했다. 김 대통령이 "우선 경제와 민족문제만이라도 서로 합의해서 해결해 나가자"며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와의 여야 영수회담을 공식 제의한 것은 이같은 기조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이다. 김영근 기자 yg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