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정국경색 타개를 위한 여야 영수회담 개최를 제의함으로써 그동안 언론사 세무조사 등을 둘러싸고 첨예한 대치국면을 보여온 정국에 일대변화가 초래될지 주목된다. 김 대통령은 이날 경축사에서 "국민은 대화와 화합의 정치를 목마르게 바라고 있다"면서 "이 자리를 빌려 이회창(李會昌) 한나라당 총재와 영수회담을 갖기를 제안한다"고 여야 영수회담을 공식 제의했다. 김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께서 오늘의 여야 정치권에 대해 얼마나 실망하고 불만족스럽게 생각하는지를 잘 알고 있으며, 대통령이자 여당 총재로서 저의 책임이 누구보다 크다는 것도 통감하고 있다"고 말하고 "우선 경제와 민족문제 만이라도 서로 합의해서 해결해 나가야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대통령은 "저는 이 총재께서 '대북 포용정책을 지지한다' '경제와 민생에 대해선 초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말한 바를 적극 환영한다"며 야당측이 영수회담 제의를 수락, '대화와 화합의 정치'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이에 따라 김 대통령이 제의한 여야 영수회담 개최를 논의하기 위한 협의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일단 신중한 자세를 견지한 가운데 당내 논의를 거쳐 여야영수회담 개최문제를 검토해나갈 뜻을 밝혔다.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지금까지의 영수회담 전례를 보더라도 밥먹고 사진찍겠다는 의미의 영수회담은 의미가 없다"면서 "신중을 기해 당내 논의구조를 거쳐야 하며 상당한 준비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 대변인은 또 "야당을 설득해서 영수회담을 하려면 대통령이 강력한 국정쇄신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라면서 "소득이 있는 회담이 되어야 하며, 만약 영수회담을 개최할 경우 몇가지 안건을 놓고 집중 논의하는 형식이 돼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전용학(田溶鶴) 대변인도 "여야간 대화정치를 복원하고 민생과 경제를 위해 지혜를 모으는 초당적 협력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며 "한나라당과 이 총재가 호응해 국민우선정치와 대화정치의 큰 길에 동참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처럼 여야간에 영수회담 논의가 본격화됨에 따라 지난 1월이후 중단된 여야수뇌간 대화 복원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특히 그동안 여야간 무한정쟁과 국론분열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고조되고 있는 시점에서 향후 영수회담을 계기로 대화정국이 복원되고 언론 세무조사 이후 총체적인 경색에 빠졌던 정국이 정상화될 지 주목된다. 정치권은 여야 영수회담 개최가 합의될 경우 한나라당의 서울 시국강연회(17일), 이 총재의 싱가포르 방문(19-21일)과 언론사 세무조사 결과에 대한 검찰수사 마무리 등의 일정을 감안할 때 내달초 정기국회 개회 전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윤동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