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전격 참배한 13일 일본 NHK 방송 등 주요 방송은 그의 참배모습을 생중계하는 등 법석을 떨었다. 0...이날 오후 2시반을 지나면서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 소식이 알려지자 국영방송인 NHK를 비롯한 일본의 방송들은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그의 참배결정 소식을 긴급 뉴스로 보도했다. NHK는 고이즈미 총리 참배에 앞서 있었던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관방장관의담화발표 대독 장면과 보도진과의 일문일답을 생방송으로 전했다. 또 고이즈미 총리를 태운 차량이 총리 관저를 출발해 야스쿠니 신사로 향하는모습도 헬기 촬영을 통해 방송하기도 했다. NHK는 특히 신사참배 후 고이즈미 총리가 `비장한' 표정으로 기자들에게 참배의배경 등을 설명하는 장면을 되풀이 내보냈다. 0...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에 앞서 야스쿠니 신사에는 이날 오전 부터 참배객들이 줄을 이었다. 일본에서는 이날부터 여름 명절인 `오봉 휴가'가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40대 이상의 중.장년층 일본인들은 30도를 훨씬 웃도는 무더운 날씨에도 양산 등을 바쳐들고 야스쿠니 신사로 모여들었다. 또 지방에서 올라온 참배객들을 태운 관광버스가 야스쿠니 신사로 계속 진입하는 모습이었다. 야스쿠니 신사주변에는 총기를 소지하고, 귀에는 이어폰을 낀 경호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이곳 저곳에서 눈에 띠어 총리의 참배가 임박했음을 느끼게 했다. 0... 한국의 태평양전쟁 희생자유족회 회원 9명은 이날 총리 관저주변에서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 계획에 항의해 사흘째 연좌농성을 벌이던 중 이날 총리가 신사참배를 강행한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야스쿠니로 향했다. 60대의 한 회원은 "고이즈미 총리가 A급 전범이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에 참배하는 것은 결단코 있어서는 안될 일"이라며 "현장에서 끝까지 저지하겠다"고 흥분을감추지 못했다. 0...교도(共同)통신은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에 대해 정몽준(鄭夢準)한국측 월드컵 조직위원장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가 내년 한일 월드컵 공동개최의분위기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위원장이 만일 신사참배 문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할 경우, 한일 월드컵공동개최 정신은 심각한 영향을 받을 것이며, 공동개최의 국제적인 이미지도 손상될것이라고 통신은 내다봤다. 0...후쿠다 야스오 관방장관은 이날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에 앞서 총리의담화를 대독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한국과 중국에 대해서는 각기 외교경로를통해 오늘 참배사실을 통보했다"고 말했다. 후쿠다 장관은 "고이즈미 총리는 한국, 중국의 요인들과 조속히 만나 자신의 생각을 전달함으로써 우호, 선린관계를 유지하려는 노력을 하고 싶다는 입장"이라고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패전기념일에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가 다시 있을 가능성에 언급하고 "장래의 일은 장래의 일"이라며 "그런 일은 아직 생각해 보지 않았다"고 답변을회피했다. (도쿄=연합뉴스) 고승일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