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총리가 8월 15일로 공언했던 일정을 2일 앞당겨 13일 오후 4시 40분경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날 오후 수행원을 대동하고 검은색 양복 차림으로 총리 관저를 출발,4시 30분경 야스쿠니 진자에 도착,참배했다. 그는 방명록에 "내각총리대신 고이즈미 준이치로"라고 서명한 후 정,교분리 원칙에 어긋난다는 주위의 비난을 의식한 듯 신도의식(2번절 2번박수 1번절)을 피해 한차례 허리를 굽혀 예를 표시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시종 굳은 표정이었으며 공식 참배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공적이건 사적이건 개의치 않는다"며 "헌화한 돈(3만엔)은 사비로 냈다"고 답했다. 신사에는 일반 참배객들이 대거 몰려 만세를 부르며 환호했다.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지난 96년 7월 하시모토 류타로 전총리의 사적참배 이후 5년만의 일이다. 그는 참배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을 담아 참배했다"며 "한국,중국등 주변국가들의 이해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참배는 자민당 총재 출마시부터 자신의 일관된 지론이었으나 일본 국내,외의 반발과 비판을 감안해 일정을 바꿨다고 밝혔다. 고이즈미총리는 일본 언론과 지식인은 물론 자민당 지도부와 공명,보수당등 연립여당 내부에서도 반대가 거세지자 이날 오전 일정 변경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이즈미 총리의 참배는 그러나 국내외의 빗발치는 반대와 비판을 무릅쓰고 강행된 것이어서 정치적 파장등 앞으로 상당한 후유증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총리들의 야스쿠니 신사참배는 지난 75년 8월의 미키 다케오 전총리의 경우가 처음이었으며 그후 후쿠다,스즈키,나카소네,하시모토 전총리가 참배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