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에 대한 비난여론을 의식, 다소 소강국면을 보였던 여야간 정치공방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 가계의 일제하 행적문제를 거론한 민주당 당보배포를 계기로 다시 험악한 국면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 김기배(金杞培) 사무총장은 31일 "여당이 겉으로는 정쟁중단을 주장하면서 저열한 정치공세를 펴는 데 참고 있을 수 없다"고 대여 포문재개를 선언했다.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성명에서 "우리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데, 이정권이 탁월한 식견이라고 그렇게도 자랑했던 대중경제론은 어디로 실종되고 고통받는 대중의 신음소리만 하늘을 찌르느냐"며 "(대통령은) 훗날 경제를 망친 것은 내가 아니고 경제장관들이었다고 핑계대기위해 숨어 있느냐"고 즉각 역공했다. 장광근(張光根) 수석부대변인은 나아가 "겉과 속이 다르고 말과 행동이 다른 `양두구육 정당 민주당'"이라며 "광주학살 주역이었던 노태우(盧泰愚) 대통령으로부터 피묻은 돈 `20억+α'를 받은 대통령을 `낮에는 민주투사, 밤에는 군사독재에 부화뇌동했던 두 얼굴의 정치인'이라고 불러도 좋으냐"면서 "민주당 총재인 대통령은 즉각 사과하고 당보배포를 당장 중지시켜야 한다"고 가세했다. 이에 민주당 전용학(田溶鶴) 대변인은 오전 4역회의후 브리핑에서 "당보인 만큼 당의 입장이 아니라고는 말할 수 없으나 8.15 광복절을 앞두고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문제 등으로 국민들의 대일감정이 격앙된 상황에서 일본 문제를 한번 되돌아볼 필요 때문에 기획된 것"이라며 "따라서 최근 정국상황을 반영해 제작된 것은 아니다"고 `대야 공격용'이 아니라는 점을 해명했다. 전 대변인은 특히 당보가 정쟁중단 제의이전에 만들어진 것임을 강조하고 "우리는 수재와 경제불안, 휴가철 등을 감안해 정쟁을 원치 않는다"고 거듭 `휴전 지속' 의사를 밝혔다. 한편 전 대변인은 "당보에 대해 앞으로 당지도부의 기사점검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혀 당보가 지도부의 정국운영 방침과 엇박자로 나가는 점이 이날 회의에서 지적됐음을 시사했다. 정범구(鄭範九) 의원이 위원장인 홍보위원회에서 제작하는 당보는 지난 5월호에서도 일부 언론사에 대해 `과격하게' 다뤄 당 지도부가 `사전점검'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욱기자 hj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