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27일 극한 정쟁에 대한 들끓는 비난여론을 의식, 외견상 정쟁자제에 호응하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막말을 삼가는 등 파쟁의 수위만 다소 낮췄을뿐 여야는 이날도 상대를 탓하며 주요 정치쟁점을 둘러싼 비난공세를 계속하는 등 혼탁한 정치공방의 종식은 좀처럼 기대하기 어려운 모습을 보였다. ◇민주당= 지난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쟁중단을 공식 제의한 것을 들어 거듭정쟁자제를 호소하며 집권여당으로서 민생과 경제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과 정기국회대비를 위한 당정협의 활성화를 강조했다. 전용학(田溶鶴)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사흘전부터 언론이 여야의 무한정쟁을 나무라고 있다"면서 정쟁비판에 대한 수용 의지를 밝혔다. 특히 서민과 중산층 생활개선 및 보호를 위한 당 실무대책기구를 가동하고 일본역사왜곡 교과서 시정 등을 위한 범정당 연대, 국회정치개혁특위 자문협의기구 구성 등 '정치'를 위한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그러나 당4역회의에선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부친의 생가복원과 문화재지정 검토문제와 관련, 임채정(林采正), 추미애(秋美愛) 의원 등의 '특권층 생가는 다 문화재가 되는 것이냐' 등의 비판발언을 계속했다. 이재정(李在禎) 이협(李協) 의원 등도 한나라당 이재오(李在五) 총무의 대통령탄핵소추 검토보고를 '비이성적 공세', '헌정중단 기도' 등으로 성토했으며 특히 이의원은 과거 재야운동을 함께했던 이 총무에 대해 "정치가 개인을 이렇게 파괴할 수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개탄하기도 했다. 나아가 김중권(金重權) 대표와 이해찬(李海瓚) 정책위의장은 이 총무 발언을 헌정질서 문란으로 보고 이회창 총재의 사과와 이재오 총무의 사퇴를 거듭 요구하는 등 공세를 멈추지는 않았다. 또 이해찬 의장은 한나라당 김만제(金滿堤) 정책위의장의 '사회주의식 정책' 발언을 색깔론 공세로 규정, 김 의장을 '사이비 정치꾼'에 비유하고 '자질론' 을 제기하기도 했다. 전 대변인은 "야당의 비이성적인, 냉정을 잃은 부도덕한, 국민을 의식하지 않은 무한정쟁 시도에 대해서 만큼은 엄정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 이회창(李會昌) 총재가 직접 나서 대여 확전 자제를 지시하는 등 불필요한 정쟁에서 발을 빼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총재는 이날 주요당직자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비록 손해보는 한이 있더라도 정쟁에서 한발 물러나 이전투구하는 모습을 보여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당 공식회의 30분전에 기획위를 중심으로 토론을 한 뒤 도출된 결론을 기자들에게 전하는 절차를 가져야 한다"고 지시했다. "회의에서 여러 논점을 마구 이야기하면 당론과 관계없는 정리되지 않은 발언이 나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는 이재오(李在五) 총무가 지난 25일 총재단회의에서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대통령 탄핵소추 검토' 발언을 한데 대한 질책으로 받아들여졌다.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조심스런 언행을 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또 "여론은 유리그릇과 같다. 여론이 유리하다고 갑자기 키우려다 보면 유리그릇이 깨지는 것을 느껴왔다"면서 "어떤 일이 있더라도 이전투구에 휘말리지 말고 민생과 경제를 살리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여당의 막말이 참으로 문제다", "시국강연회에서 여권 실정에 대해 적절히 지적하고 있다"며 정쟁의 '전면중단'에는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권 대변인은 회의 뒤 성명에서 "변협의 충고가 입에 쓰고 귀에 거슬린다고 해서 정쟁 대상으로 삼아선 안된다"며 "정권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간주, 변협을 수구세력으로 몰면서 편가르기를 하고 헐뜯기에 열심"이라고 여당측 태도를 비난했다. 권 대변인은 '이 총재 발언이 정쟁 중단을 의미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는 정쟁을 한 적이 없다. 적절한 지적을 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언론사 세무조사, 황장엽씨 방미논란 등은 계속 지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욱 고형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