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4월 10일 제289차 군사정전위원회 회의는 중간휴식없이 11시간 38분으로 가장 길었으며, 마지막 한 시간 반은 아무 발언도 하지않고 서로 마주보고 있었다." 지난 53년 7월 28일 첫 군사정전위 회의부터 91년 2월 13일 제459차 마지막 회의기간 판문점을 배경으로 벌어진 각종 사건들을 한눈에 알 수 있는 책이 정전협정체결 48주년(27일)에 맞춰 출간됐다.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 전사편찬관겸 분석관, 유엔군사령관 정전 담당 특별고문 등을 지낸 '판문점의 산증인' 이문항(73.미국명 제임스 리)씨가 쓴 'JSA-판문점(1953-1994)'(도서출판 소화). 28년간 판문점 현장을 지켜본 그는 지금 "전쟁도 평화도 아닌 냉전의 상징으로 남아있는 JSA(공동경비구역)-판문점"에서 지난 68년 1월 북한 124군부대 청와대 습격, 푸에블로호 나포, 미 SR-71 정찰기 미사일 발사 사건을 비롯해 군정위 회의에얽힌 비화 등 그동안 공개되지 않은 사실을 흥미롭게 서술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군정위 유엔사측 대표들은 북측 대표와 '기 싸움' 일환으로 회의시간 내내 화장실조차 가지 않았고, 이 때문에 회의 전날 물을 마시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북한은 노동당 중앙위 선전 선동부부장을 지낸 주창준 전중국주재 북한대사가 수석대표로 임명(1959.3-1961.3)되면서 부터 회의에서 반미 정치선전을 늘어놓았다고 한다. 카빈총 일련번호 '7415502'에 얽힌 비화도 재미있다. 지난 66년 10월 21일 북한군의 한국군 식량 운반차량 습격후 열린 군정위 회의에서 북측은 남측이 사건을 일으켰다며, 그 증거로 이 총번호를 낭독했다는 것. 그러나 이 소총은 북한군이 당시 국군 6명을 사살한 뒤 훔쳐간 것으로 확인됐고,이후 유엔사는 북측의 억지 주장이 제기될 때 마다 '카빈 7415502를 잊었느냐'고 역공을 취했다고 소개했다. 위장 간첩 이수근 사건과 관련, 그는 67년 3월 제242차 군정위 회의장밖에서 이수근이 첫 망명의사를 자신에게 밝힌 과정과 북측 경비병을 따돌리고 남측으로 이송한 비화 등을 공개한 뒤 "처음부터 비타협적이었고, 북에서도 남에서도 살 수 없는사람이었다"고 회고했다. 또 서해 해상분계선 문제에 대해서도 "북방한계선(NLL)은 58년 유엔사 해군사령관의 일방적 작전기획선으로 설정된 것으로 주한 미 해군사령부 문서에 기록돼 있다"며 "남과 북한은 앞으로 영해가 중복되는 서해에서는 중간지점(Median Line)을 정해 충돌을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밖에 부록편에서는 정전협정상의 군사분계선 지도, 각종 사건일지 등 역사적자료를 소개하고 있다. 이씨는 "남북한간의 긴장완화와 신뢰구축, 평화공존은 강대국들만 상대하거나의존할 것이 아니라 한국 문제의 당사자로서 직접 대화를 통해 저마다 체제가 갖는모순을 지양하고 휴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410쪽/1만5천원) (서울=연합뉴스) 김귀근기자 sknk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