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방문에 나선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6일 오전 국경을 통과, 러시아에 입국했으며 다음달 4일과 5일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을 갖는다. 김 위원장이 북한의 최고 권력자가 된 이후 3번째 해외 나들이이자 첫 러시아행이 되는 이번 방문을 통해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과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한반도연결 등 양국간 경제, 군사협력 강화방안과 한반도 정세 등을 논의하게 될 것으로예상된다. 이타르타스와 인테르팍스 통신 등 러시아 언론들은 이날 오전 8시15분께 김 위원장 일행을 태운 특별열차가 북-러 국경도시인 하산에 도착했다고 보도했으며 때맞춰 북한과 러시아 당국도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공식 발표했다. 하산역에서 콘스탄틴 풀리코프스키 러시아 극동연방지구 대통령 전권 대리인으로부터 영접을 받은 김 위원장은 다음 경유지인 하바로프스크를 거쳐 시베리아횡단철도를 통해 모스크바로 향할 예정이라고 러시아 언론들은 전했다. 이타르타스 통신은 김 위원장의 모스크바행에 풀리코프스키 전권 대리인이 동행할 예정이라고 전하고 김 위원장이 이번 러시아 방문을 통해 모스크바 이외에도 여러 도시를 방문할 예정이지만 극동지역의 블라디보스토크는 방문하지 않을 것으로보인다고 밝혔다. 앞서 북한의 조선중앙방송과 러시아 대통령궁(크렘린)은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의 초청으로 러시아를 공식방문한다고 발표했으나 자세한 일정 등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러시아 언론들은 김 위원장이 시베리아 횡단철도편으로 여행을 계속해 다음달 3일 또는 4일 모스크바에 도착한 뒤 4, 5일 이틀간 푸틴 대통령과 회담을 가질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는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한반도 연결 문제 이외에북한의 대 러시아 채무 재조정 및 상환일정, 러시아의 대북한 군사원조 등 양국간현안과 한반도 정세 등이 폭넓게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모스크바의 고위 소식통은 타스 통신을 통해 "북한의 로켓이 미국에 실질적인위협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 방문중 미사일 방어 문제가 주된 의제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교도 통신도 두 정상이 양국 현안과 한반도 안보 등에 초점을 맞추겠지만 북한의 미사일 개발문제는 논의의 초점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금까지 알려진대로 김 위원장이 모스크바행에 열차만을 이용할 경우 왕복 15일 정도의 긴 일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은 구 소련이 당시 김일성(金日成) 주석의 방문을 기념해 지어준 `우정의 집'도 들를 예정이며 특별열차편으로 이동하면서 중간에 일부 도시에서 1박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한국 정부의 한 관계자가밝혔다. 러시아의 인터넷 사이트 프레스센터 닷러(Presscenter.ru)는 17개의 객차를 달고 있는 김 위원장의 특별열차가 모스크바까지 직행할 예정이며 김 위원장의 이번러시아 방문길에는 150명의 수행원들이 동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RIA 통신은 김 위원장이 모스크바로 향하는 도중에 여러 도시들을 방문할 예정이며 첫 경유지는 러-중 국경도시인 하바로프스크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인터넷 사이트 스트라나 닷러(Strana.ru)는 다음달 1-2일 김위원장이 옴스크의 탱크제조공장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통일부의 당국자는 "김위원장의 이번 러시아 방문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평양 방문에 이은 답방의 성격이지만 내부적인 권력안정과 국제무대 진출의지를 과시하는 것"이라며 "러시아 방문에 이어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이 이뤄지면 북한은 적극적으로 남한, 미국과의 대화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단기적으로 남북대화는 개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김 위원장의공석으로 소강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며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대외관계에 자신감을 더한 북한이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이번 방문으로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경제.군사원조를 확보하는데 주력할 것"이라며 "하지만 부품원조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이는 러시아의 군사원조는우려할만한 수준은 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와 올해 중국 방문에 이어 김 위원장의 3번째 해외 나들이가 되는 이번러시아 방문은 지난해 7월 북한을 방문한 푸틴 대통령의 초청에 따라 이뤄졌으며 당초 지난 4월로 예정됐으나 북한측의 요청으로 연기된바 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지일우 특파원 ci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