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마침내 러시아 공식방문에 나섰다. 김 위원장은 26일 오전 열차편으로 러시아 영토에 들어섰으며 내달 4,5일 모스크바에 도착,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선중앙방송도 26일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의 초청에 의해 가까운 시기에러시아연방을 공식 방문하게 된다"고 발표했다. 이번 김 위원장의 모스크바 공식 방문은 지난해 7월 이루어진 푸틴 대통령의 방북에 대한 `답방'의 성격을 띠고 있는 것과 동시에 그의 공식적인 첫 해외방문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83년에 이어 지난해 5월과 올해 1월 중국을 방문한 바 있지만 모두 `비공식' 방문이었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러시아 방문은 지난 86년 10월 김일성 주석의 방문 이후 15년 만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번 김 위원장의 러시아 공식방문은 북한과 러시아가 새로운 `협력의 틀'을 정립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왜냐하면 과거의 소원했던 관계를 해소하고 최근들어 정치ㆍ경제적으로 새로운관계를 정립해가며 친선협력 관계를 확대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과 러시아(당시 소련) 관계는 지난 90년 한국과 소련이 외교관계를 맺으면서 급격히 악화되었다. 당시 북한은 소련에 대해 `배신행위' `사회주의 대국으로서의 존엄과 체면을 팔아먹은 행위' 등으로 격렬히 비난했다. 그 이후 소련이 해체되고 독립국가연합(CIS)체제가 출범하자 곧바로 모든 독립공화국들과 수교했으며 9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서서히 러시아와의 관계를 회복하는데 주력했다. 그렇지만 북-러관계는 과거의 이념에 기초한 정치적 밀착에서 벗어나 실리주의에 입각한 일반적인 국가관계로 바뀌게 되었다. 지난 95년 러시아측이 61년 체결된 `조-소 우호협조 및 호상 원조조약'(군사동맹조약)을 연장하지 않는다고 발표하고 이에 따라 97년부터 협상을 시작, 지난해 2월 이고르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해 `조·러 친선ㆍ선린 및 협조에 관한 조약'을 체결함으로써 양국간은 새로운 협력의 발판을 마련했다. 모두 12개항으로 구성된 신조약은 자동적인 군사개입 조항이 삭제되고 양국이주권국가로서 상호 존중과 내정불간섭, 동등권, 호혜성, 영토성, 다른 국제법 원칙에 입각해 우호관계를 발전시켜 나아갈 것임을 명시하고 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이 지난해 7월 19-20일 러시아 국가수반으로서는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함으로써 소원했던 북-러 관계의 갈등을 풀고 정치ㆍ경제적 협력을 강화해나가는 계기가 되었다. 더욱이 푸틴 대통령 방북에서 11개 항으로 구성된 `북-러 공동선언'을 채택, 쌍방관계의 새로운 발전과 대외관계에 있어서의 상호 이해 및 협력을 강조한 것은 북-러 관계가 새롭게 발전되고 있음을 반영한 것이다. `공동선언'은 △신조약 정신의 확인 △상호 침략 또는 안전 위협 상황 발생시지체없이 접촉 △`남북공동선언'에 따른 남북의 자주적 통일노력지지 △`힘의 사용ㆍ위협'반대 △`요격미사일제한조약'(ABM) 준수 △쌍방 무역ㆍ경제 및 과학기술 연계 적극 발전 등을 담고 있다. 북한은 푸틴 대통령 방북과 `북-러 공동선언' 채택 1주년을 맞아 이에 큰 의미를 부여하며 양국간 친선협력을 강조했다. 북한 언론들은 지난 19일 공동선언 채택 1주년을 맞아 일제히 기념논설을 게재,양국간에 경제ㆍ과학ㆍ문화ㆍ체육 등 여러 분야에서 교류와 협조가 깊어지고 있다면서 `전통적 친선'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와 같이 북-러 양국이 정상교류 등을 통해 우호협력 관계를 유지해 나가고 있는 것은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한반도 문제와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약화되는 것에 대해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으며 북한으로서는 미ㆍ일 등에 대한 견제효과는 물론 군사ㆍ경제협력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나아가 북한에서 볼 때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 냉각관계를 맞고 있는 데다 미국이 미사일방어(MD)체제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어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러시아와 보조를 같이할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의 군사ㆍ경제시설 대부분은 과거 소련의 지원에 힘입은 바가 크며 시설들이 노후되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럼 점에서 이번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에서 양국 현안과 한반도 안보 등에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두환기자 d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