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프랑스 양국이 25일 프랑스 소장 외규장각 도서에 대한 실사에 착수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297권 의궤(儀軌)의 반환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지난 93년 첫 거론된 이후 조건없는 영구반환을 요구해온 한국측과 등가 문화재와의 교환을 주장해온 프랑스측의 대립으로 지루한 공방을 계속해온 외규장각 도서반환 문제는 '문화재 상호대여'라는 기본 원칙에 따라 준비단계인 실사작업에 들어감으로써 해결 국면을 맞게됐다. 한국 전문가들로 구성된 실사단은 오는 9월부터 프랑스 전문가 2명과 함께 파리에서 현재 프랑스국립도서관에 보관돼있는 의궤에 대한 실사를 시작한다. 정부는 프랑스에서의 실사 작업이 진행되는 대로 이에 상응하는 국내 고문서 선별작업을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실사 작업은 프랑스가 갖고있는 유일본 64권부터 시작된다. 총 297권의 실사가완료돼 교환에 들어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23일부터 사흘간 파리에서 열린 이번 제4차 외규장각 도서반환 협상에서는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개최된 한불(韓佛)정상회담에서 합의된대로 프랑스에 있는 외규장각 도서를 국내 고문서와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반환키위한 구체적인 방법들이 논의됐다. 한국 학자들의 외규장각 도서 열람을 반대해온 프랑스측이 이번 협상에서 입장을 후퇴, 외규장각 도서를 보관하고있는 프랑스국립도서관의 시설이 허용하는 한도내 한국학자들의 열람을 허가한 것도 진전으로 평가되고있다. 이 문제와 관련, 프랑스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 협상이 하루 연장되기도 했으나 프랑스가 한국의 요구를수용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한편 한불정상회담 기본 합의사항이었으나 프랑스측이 이의를 제기해온 `유일본우선 원칙'이 이번 협상에서 비로소 문서화됐다. 프랑스는 지금까지 유일본을 내줄것을 거부해왔으나 협상을 통해 유일본을 대여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한국측 협상대표인 한상진(韓相震)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은 "프랑스는 어람용 의궤나 유일본을 한국에 대여하는 반면 한국의 경우는 어람용 의궤나 유일본은대여되는 일이 없고 여러개의 복본(複本)이 있는 것만 대여된다"고 말해 엄밀한 의미에서 프랑스가 주장해온 `등가교환' 방식은 아님을 강조했다. 또한 4년이상 문화재 반출을 금지하고 있는 문화재보호법 적용 문제와 관련, "법적 문제는 프랑스도 마찬가지이며 법적으로 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한 대표는 말했다. 국내에서 `문화적 주권 침해'를 내세운 강력한 비판이 일고있는 가운데 이번 협상에서 외규장각 도서의 소유권에 대한 토론도 있었으나 프랑스측이 민감하게 반응,결국 공동성명에는 넣지 못했다. 1866년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에 의해 약탈된 의궤 297권은 프랑스국립도서관 목록에 게재돼 이미 프랑스 국내법에 의해 공공재산으로 등록된 상태다. (파리=연합뉴스) 김은주특파원 ke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