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내 차기주자들이 내년 12월의 대선을 겨냥, 합종연횡을 통한 제휴와 연대를 본격 모색하고 나서 주목된다.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상임고문과 김근태(金槿泰) 최고위원이 지난 22일 회동을 갖고 대선가도에서의 연대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한 것을 계기로 여권 주자들간의 연대 논의가 복잡하게 얽혀들 양상을 보이고 있다. 노 고문과 김 위원은 양자 연대뿐만 아니라 당내 개혁세력을 주축으로 다양한 인사들과의 '대화와 협력'을 시도하고 있고, 이인제(李仁濟) 최고위원도 동교동계를포함한 당내 인사들과의 접촉을 늘리고 있다. 그동안 제휴 가능성을 암중모색해온 김 위원과 노 고문은 이번 만찬회동에서 양자간 연대와 협력의 원칙을 재확인하고, 당내 다양한 세력들과의 대화 필요성에 공감했다. 김 위원은 이에 대해 "지난 87년 대선에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김영삼(金泳三) 전대통령이 분열해 민주화세력의 통합에 실패했던 교훈을 잊지 말자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전했고, 노 고문도 "연대를 공식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서로 힘을 합치고 협력해서 열심히 하자는 얘기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위원은 "노 고문과 '함께 한다'는 원칙에는 공감이 있었지만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는 차후에 논의할 문제"라며 단서를 달고, "지역주의와 구태정치를 극복한다는 인식을 함께 하는 사람이면 이인제 최고위원을 포함해 그 누구와도 손잡을 수 있다"며 연대 대상을 폭넓게 열어뒀다. 노 고문도 "두루두루 당내 인사를 만나고 있다"며 "모두 이런 때일수록 자주 만나서 의견을 나누고, 인식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며 김 위원뿐만 아니라 다른 인사들과의 다양한 접촉을 시도하고 있음을 밝혔다. 이처럼 거미줄처럼 교차되고 있는 여권 대선주자간 연대 논의의 중심축에는 민주당내 최대주주인 한화갑(韓和甲) 최고위원이 위치하고 있다. 향후 당내 대선후보 경선이 이뤄질 경우 한 최고위원과 손잡지 않고서는 본선진출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다. 노 고문과 김 위원은 양자 연대와 함께 한 최고위원과의 연대를 강조하고 있고, 이 위원도 한 최고위원과의 관계 강화에 부쩍 신경을 쓰고 있다. 그러나 정작 한 위원은 자신을 둘러싼 연대 논의에 대해 "모든 사람들이 다 고단수다. 나만 단수가 낮다"면서 못마땅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여권 대선주자 가운데 지지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이 위원측도 김 위원이 제기한 연대 논의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여권내 대선주자들의 연대 논의는 활발하지만, 기본적으로 저마다 이해타산을 앞세운 '동상이몽(同床異夢)'의 구도속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노 고문과 김 위원이 앞장서고 있는 연대 논의가 실질적인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기자 mange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