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 법원에 계류중인 군대위안부 피해배상 소송과 관련해 '일본에게 국가책임이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함에 따라 내달 1일본안심리 여부를 결정할 미국 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의 대표적 사례 중 하나로 군대위안부 기술삭제가 꼽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일본 국가책임론을 재확인한 것은 상당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게 사실이다. 국제법적으로 '국가책임론'은 보상, 배상, 복구, 원상회복 등의 다양한 후속조치를 포함하고 있어 우리 정부가 군대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배상책임을 다시 제기한 것으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93년 일본 정부가 두차례에 걸친 진상조사 끝에 군대위안부 모집과 관련한 일본군의 관여와 강제성을 인정한 뒤 정부 차원에서 금전적 배상요구는 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또 당시 정부는 더 이상 군대위안부 문제를 정부 대 정부의 외교안건으로 다루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이번에 정부가 일본의 '국가책임론'을 재확인한 것은 피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피해자들의 요청에 따른 것이지만 교과서 왜곡 등 우경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일본내 전반적인 상황에 대한 정부의 대응차원이라는 성격도 지닌다. 일본이 과거 식민지시대 역사를 왜곡.축소.누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 일본의 침략상을 국제적으로 공론화하는 대책의 일환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정부는 소송을 제기한 위안부 피해자 변호인측을 통해 미국 법원에 간접 전달한 서한을 통해 크게 3가지 점을 강조했다. 우선 피해자에 대한 국가배상과 일본 정부의 사죄를 권고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지난 96년의 제52차 유엔인권위 회의결과를 바탕으로 "군대위안부 문제는 일본에 국가책임이 있다"는 점을 거듭 확인한 것. 또 정부 차원에서 소모적 논쟁을 피하기 위해 일본 정부에 이와 관련한 피해배상을 요구하고 있지는 않지만, 우리 정부의 이같은 입장이 개별 피해자가 청구권 소송 등 재판을 제기할 권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이 각별히 강조됐다. 하지만 정부의 이러한 입장이 실제 소송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이다. 한국 등 4개국 출신 위안부 생존자 15명이 미국 법원에 제기한 일본 정부의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는 집단소송에 일본이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 의한 청구권 소멸과 통치행위에 대한 주권면제 등을 이유로 소송기각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재판이 열리는 미국의 행정부가 지난 4월 일본 정부 입장에 동조하는 공식입장서를 법원에 제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미국 법원은 내달 1일 본안심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지만 우리 정부의 일본 국가책임론 제기에도 불구하고 재판절차상 소송이 기각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서울=연합뉴스) 황재훈기자 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