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헌법재판소의 1인1표제와 기탁금제도에 대한 위헌 결정으로 선거법에 대한 대폭 손질이 불가피해짐에 따라 법개정을 위한 당내 의견조율과 추진일정을 마련하는 등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민주당은 16대 총선전부터 1인2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주장해온 만큼 조속한 선거법 개정을 다짐했고, 한나라당은 헌재의 결정이 차기 지방선거와 총선에 미칠 영향을 가늠하면서 천천히 법개정에 대비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비례대표 선출방식의 손질은 17대 총선까지 상당한 시간이 남아있으나 기탁금제도 개선은 당장 10월 재보선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여야는 늦어도 8월말이나9월초까지는 법 개정을 완료해야할 입장이다. 또 현재 국회의원과 같은 방식으로 뽑는 지방의원 비례대표 선출방식에 대한 손질도 내년 지방선거 이전까지 마쳐야 할 것으로 보여 선거법 개정 움직임은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 헌재의 위헌결정이 내려진 비례대표 선출 방식과 1인1표제, 기탁금제도를 포함한 선거법 전반의 개정방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되, 우선 10월 재보선에서 문제가 되는 기탁금 부분을 먼저 개정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내주중 당 정치개혁특위를 열어서 헌재의 결정을 반영하는 선거법 개정 등 선거제도 개선논의에 착수하기로 했다. 김중권(金重權) 대표는 20일 당4역회의에서 "여야가 정파적 차원의 유불리를 떠나서 국민이 바라는 선거문화 개혁과 정치개혁이 이뤄지도록 당에서 차분하고 치밀하게 준비하고 일을 추진해나가야 한다"며 "돈 안드는 선거문화, 지역주의 극복 등 지금까지 제기된 문제들을 충분히 반영해서 제도개혁을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일단 민주당은 15대 국회때부터 1인1표제의 위헌성을 제기하고, 1인2표제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도입을 꾸준히 주장해왔기 때문에 일단 이 부분에 대한 당내 개정안 마련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비례대표 선출방식뿐만 아니라 차제에 현행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바꾸는 등 선거법 전반에 대한 재검토와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고, 여야의 본격적인 협상을 언제부터 시작하는 것이 효율적인가에 대한 문제 등이 있기 때문에 상당한 시일을 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민주당은 '현행 2천만원의 후보자 기탁금이 국민의 피선거권을 제한한다'는 헌재의 위헌결정에 따라, 10월 재보선 이전까지 관련조항을 개정하지 않을 경우 재보선 후보들은 기탁금을 아예 내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에 기탁금액수를 축소하는 법 개정을 우선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광역의회 비례대표 선출방식이 국회의원의 경우를 그대로 적용하고 있어서 위헌소지가 있는 만큼 내년 지방선거 이전까지 개정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당 정치개혁특위의 박상천(朴相千) 위원장은 "당 차원에서 선거법 전반을 검토하겠지만 기탁금 부분은 먼저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헌재의 위헌결정이 현행기탁금 액수와 반환 기준이 되는 득표율이 너무 높다는 취지이기 때문에 이를 낮추되, 선관위의 의견을 들어보겠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또 "지방선거는 국회의원 선거와 달리 헌법사항이 아니기때문에 직접적인 위헌은 아니지만, 국민의 선택권 제약이라는 측면에서 넓게 보면 위헌소지가있다"며 "지방선거까지 1인2표를 도입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법 체계의 일관성을 위해 검토할 필요는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국회정개특위 민주당 간사인 김민석(金民錫) 의원은 "당내 의견부터 우선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재보선 기탁금 문제가 있어서 기탁금 규정은 늦어도 8월말이나 9월초까지 여야가 개정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한나라당 = 당직자들은 한결같이 "법 개정을 서두를 필요가 있겠느냐"면서도 이번 헌법재판소의 선거법 위헌 결정이 차기 지방선거와 총선에 미칠 영향에 대해 촉각을 세웠다. 이에 따라 당 정치개혁특위는 내주초 회의를 갖고 전국구 선출방식 및 기탁금제위헌결정에 따른 대책을 논의키로 했다. 당장 오는 10월 25일 치러지는 재.보선에서 기탁금 문제가 걸려있는데다 내년 6월 총선전에 비례대표제 문제에 대해서도 정리를 해야 한다는 현실적 문제 때문이다. 김기배(金杞培) 사무총장은 "헌재의 결정에 따라 선거제도를 바꿔야 하는 상황"이라며 "여러가지 혼란과 혼선이 있을 수 있으므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당내에서는 ▲1인2표 정당명부제 수용 ▲비례대표제 폐지 ▲정당명부제 수용 및 비례대표 대폭 축소 ▲기탁금 축소 또는 폐지 등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만제(金滿堤) 정책위의장은 "1인2표제의 경우 우리당이 불리할 것도 없는 만큼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유권자의 뜻을 잘 반영할 수 있다"고 말했고, 김기배 총장은 "정당명부제를 도입하는 방안과 비례대표를 없애는 방안 모두 검토대상"이라고 말했다. 당 정개특위 간사인 허태열(許泰烈) 의원은 "이들 문제에 대한 당의 입장 정리를 위해 오는 23일 정개특위 위원들이 모여서 자유토론을 벌일 계획"이라며 "급하게 처리할 사안이 아닌 만큼 선관위와 학계, 시민단체 등 각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외국의 입법례도 참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 최이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