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꽁치어선의 남쿠릴수역 조업착수를 앞두고 일본이 '러브 콜'을 보내고 있다. 현재 남쿠릴 수역 어업분쟁을 둘러싸고 몸이 달아 있는 곳은 일본. 이는 19일 열린 양국 협상을 포함해 이달들어 4차례 협상이 모두 일본의 요청으로 열렸고 한-일을 오가는 통상적인 협상관례에도 불구하고 일본 당국자들이 거듭 서울을 방문하고 있는데서도 확인된다. 일본은 우리가 러시아와의 합의를 거쳐 입어료를 내고 남쿠릴 수역 조업에 착수할 경우 일.러간 영유권 분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또 오는 29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이 문제를 원만히 풀지 못할 경우 돌아올 수 있는 '수산족(水産族)'들의 거센 반발도 일본으로선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문제는 자신들도 러시아의 실질적 점유를 인정하며 사실상 '입어료'를 지불하고 조업하는 상태에서 일본이 우리에게 러시아와 합의한 남쿠릴 조업계획을 철회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국제법적으로 명분이 없다는 점에 있다. 처음부터 국제법적으로 명분이 없는 분쟁을 일으킨 일본으로서는 현 상황이 자승자박(自繩自縛)의 지경에 이른 것으로 볼 수도 있다는 것. 일본은 자신들의 초조함을 반영이라도 하듯 한일 4차 협상을 앞둔 18일 그동안 우리 어선의 남쿠릴 조업착수 계획에 반발해 불허했던 자국 배타적경제수역(EEZ)인 산리쿠(三陸) 해상에서의 한국 어선 조업을 허가했다. 물론 '남쿠릴수역 문제에 대한 양국간 협의가 조정된 후 효력이 발생토록 한다'는 조건부 입어허가증 발부지만 일본측의 입장선회를 시사하는 대목이다. 정부는 이같은 점에서 19일 열리는 제4차 협상에서 일본측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지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우리 정부의 입장이 확고하다는 점을 알고 있는 일본이 제3차 협상이 있은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다시 서울을 찾았다는 점에서 뭔가 입장변화가 이뤄진 게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는 "이제 협상은 시작단계"라면서 "지금까지 협상에서 약간의 진전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충족할 만한 것은 아니다"고 협상타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임을 시사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재훈기자 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