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남한에서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영화 '신라의 달밤'은 그 제목을 일제시대 때의 가요 '신라의 달밤'에서 빌려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가요 '신라의 달밤'의 본래 제목은 '인도의 달밤'이라는 게 북한측 주장이다. 북한의 이같은 주장은 지난 80년대 중반 재일조선인총련합회(총련)기관지 조선신보를 통해 최초로 나왔고 99년 7월5일 발표된 조선음악가동맹 성명에서도 다시 제기됐다. 북한이 두 번에 걸쳐 내놓은 주장을 종합해 보면 이 노래가 지금의 이름으로 바뀐 것은 작사자인 조영출씨가 월북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말하자면 남한 가요계에서 '월북 작사자'의 작품이어서 멋대로 제목을 지금처럼 바꾸었다는 것이다. 특히 이 '신라의 달밤'은 제목뿐만 아니라 가사까지 바뀌었다고 북한은 주장하고 있는데 북한이 주장하는 이 노래의 본래 가사는 다음과 같다. [아 인도의 달이여/ 마드라스 교회의 종소리 울린다/ 지나가는 나그네야/ 걸음을 멈추어라/ 달빛어린 수평선/ 흘러가는 파도에 실어보자/ 방랑의 이 설움..] 북한은 조영출씨 작품 가운데 이밖에도 '낙화유수''알뜰한 당신''진주라 천리길'등도 남한에서 다른 사람의 작품으로 소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관련, 북한의 유명한 민요가수이자 조영출씨의 부인인 김관보씨도 조영출씨의 작품이 남한에서 도용당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그의 작품을 도용한 사람들 가운데는 추미림 이부풍씨 등과 같이 과거부터 조영출씨와 친분이 있던 사람들도 있어 더욱 충격적이라고 비난했다. 지난 48년 월북, 93년 5월 사망한 조영출씨는 '김일성상 계관작가' 칭호를 받았고 북한에서는 '조국보위의 노래' '어머니 우리 당이 바란다면'을 비롯한 가사작품들과 민족가극 '금강산 8선녀''춘향전''밝은 태양아래' 등의 작품을 남겼다. 한편 북한은 '목포의 눈물''대지의 항구' 등 우리 가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상당수의 노래도 작사자와 작곡가의 이름이 잘못 소개돼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목포의 눈물'은 문일석에서 김릉인으로, '대지의 항구'는 남해림에서 추미림 작사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 99년 7월5일 발표한 조선음악가동맹 성명을 통해 이같이 왜곡돼 알려진 노래는 일제시대 때 발표된 가요 1천여곡이라며 이에 대한 저작권과 함께 보상을 남한에 요구했다. 이 성명은 남한에서 월북 작사자나 가수들의 노래를 왜곡 도용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이것은 일찍이 그 유례를 찾아볼수 없는 악랄하고 파렴치한 역사위조, 범죄행위"라고 지적했다. ( 서울=연합뉴스)최척호기자 chchoi01@yna.co.kr